'가상화폐 광풍'에 칼 빼든 중국
미국에 이어 중국도 가상화폐 거래에 ‘칼’을 빼 들었다. 27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국무원은 가상화폐공개(ICO)를 규제하기로 하고 초안을 지난 24일 내놨다.

ICO(initial coin offerings)는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비슷한 개념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을 말한다. IPO, 유상증자와 달리 규제 당국의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돼 자금을 모으기가 훨씬 쉽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ICO가 다단계 금융 사기나 부실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국무원에 따르면 중국에선 지금까지 10만 명 이상이 ICO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으로는 26억위안(약 4400억원)에 달한다. 가상화폐 거래 대부분이 사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규모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국무원이 마련한 규제 초안에는 규제 당국 간 역할 분담을 비롯해 불법적인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한 조치, 가상화폐를 활용한 자금 조달 과정 조사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선 21일 상하이 감독당국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 하나로 ICO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상하이 푸둥신구 시장관리감독국은 이날 ‘다단계로 의심되는 블록체인 회의 기습 조사 중’이라는 메시지를 웨이보 공식 계정에 띄웠다. 이후 중국 가상화폐 플랫폼 쥐비앙에서 거래되는 44종의 가상화폐 중 35종이 하락하는 등 시장이 출렁거렸다. 업계에서 이 메시지를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신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디지털 계약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가상화폐를 발행하거나 거래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증권법으로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