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택이 27일 다이내믹부산오픈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 확정 후 캐디로 나선 아버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제공
김홍택이 27일 다이내믹부산오픈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 확정 후 캐디로 나선 아버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제공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카이도시리즈 동아회원권그룹 다이내믹부산오픈(총상금 7억원) 4라운드가 열린 27일 부산 기장군 해운대CC(파72·7054야드). 이곳의 16번홀(파4)은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핸디캡 1번홀이다. 페어웨이가 좁기 때문이다. 장타자 김홍택(24·AB&I)은 주저 없이 드라이버를 잡고 힘차게 티샷을 날렸다. 공은 295야드를 날아갔다. 올 시즌 KPGA 투어에 데뷔한 김홍택은 신인답지 않은 담력을 선보이며 대회 마지막 날에도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이날 2위와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김홍택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5타를 더 줄이며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배짱 두둑한 루키

김홍택은 이날 경기 전 인터뷰에서 “7타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틀 전 2라운드에서 기록한 개인 최저타(7언더파)와 같은 숫자다. 샷 감각이 좋은 만큼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선두 자리를 지키겠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실제로 김홍택은 이날 버디 7개를 잡았다. 보기 2개만 없었다면 7타를 줄일 수 있었다. 2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낚은 김홍택은 3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며 타수를 잃었지만 침착하게 6, 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승기를 굳혀갔다. 후반부에선 보기 없이 15, 16,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우승을 굳혔다.

이날은 버디 7개, 보기 1개를 적어낸 이근호(34·볼빅)가 경기 초반 힘찬 추격을 했다. 그럼에도 김홍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티샷 선수를 기다리는 중에는 갤러리의 요청을 받고 사진 포즈를 취하는 등 두둑한 배짱을 보여줬고, 이근호에 6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스크린골프 황제

김홍택은 올 시즌 KPGA 투어에 처음 얼굴을 비춘 루키지만 골프계에선 잘 알려진 인물이다. 스크린골프 대회에서 4승을 거두며 ‘스크린골프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지난해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 6회 대회에서 우승, 상금 7위를 차지하면서 올해 1부 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1부 투어에선 장타로 먼저 존재감을 과시했다. 올 시즌 드라이브 거리 3위(296.521야드)를 달리고 있다.

김홍택은 레슨 프로 출신인 아버지 김성근 씨(50)와 선수, 캐디로 찰떡 호흡을 보여줬다. 그는 우승 직후 “올 시즌 2승을 목표로 했는데 상반기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먼저 톱10에 두세 차례 들자고 생각했는데 우승해 기쁘다”며 “우승상금 중 용돈을 조금 빼고 전액 아버지께 드리겠다”고 했다.

원형중 프로(JTBC 해설위원)는 “김홍택 선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크린에서 익힌 기량이 필드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스크린골프가 젊은 골퍼들의 저변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골프 수준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