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쏜 보이저호…지금도 태양계 밖 순항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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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장 멀리 보낸 보이저 1·2호
원자력 배터리 원동력 삼고 허블망원경이 내비게이션 역할
사상 첫 6개 행성 사진 찍은 보이저 1호 지구서 208억㎞ 거리
천왕성·해왕성의 비밀 푼 보이저 2호 태양계 끝 비행중
원자력 배터리 원동력 삼고 허블망원경이 내비게이션 역할
사상 첫 6개 행성 사진 찍은 보이저 1호 지구서 208억㎞ 거리
천왕성·해왕성의 비밀 푼 보이저 2호 태양계 끝 비행중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는 여성의 상냥한 목소리가 담긴 금빛 구리 레코드판이 200억㎞ 떨어진 우주 어딘가를 날아가고 있다. 언젠가 만날 외계 생명체에게 지구와 인류 존재를 알릴 이 레코드판에는 한국말 이외에 55개 언어로 녹음된 인사말이 담겨 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을 비롯해 바람 소리와 빗소리를 담은 90분 분량의 음향, 남녀 모습과 함께 지구 환경을 담은 사진 115장도 들어 있다.
이 레코드판을 실은 미국의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 1, 2호가 지구를 떠나 머나먼 우주로 향한 지 40년을 맞았다. 이 중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물체 가운데 가장 멀리까지 날아갔다. 2013년 태양계를 공식적으로 벗어난 보이저 1호는 지금도 208억㎞ 떨어진 우주에서 시속 6만2000㎞ 속도로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보이저 2호는 171억㎞ 떨어진 태양계 끝 언저리를 날고 있다.
◆인류가 가장 멀리 보낸 물체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77년 8월20일 보이저 2호를, 9월5일에는 보이저 1호를 발사했다. 원래 NASA는 이 쌍둥이 탐사선을 동시에 발사하려 했지만 1호에 문제가 생기자 2호를 먼저 발사했다. NASA는 행성 간 여행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175년에 한 번씩 태양계 행성이 일직선이 되는 기간을 택했다.
쌍둥이 무인 탐사선에는 일차적으로 목성과 토성을 관측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공교롭게도 늦게 발사된 보이저 1호가 2호보다 목성에 먼저 도착했다. 보이저 1호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구름 소용돌이로 알려진 목성의 대적점을 최초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또 목성 위성 이오에서 그간 발견하지 못했던 용암이 분출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토성에서는 12만4000㎞ 거리까지 접근해 토성 고리가 1만 개의 띠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두 탐사선은 목성 중력의 도움을 받아 속도를 높여 토성에 도착했다. 최근 무인 우주탐사선이 태양계 바깥쪽으로 나아갈 때 활용하는 스윙바이(중력도움) 항법이 이때 처음 시도됐다.
보이저 1호는 1990년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참여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주장으로 역사적인 태양계 행성 6개의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태양계 바깥으로 진입하기 전 약 60억㎞ 거리에서 촬영한 사진 속에는 작은 점 모양의 지구 모습이 담겨 있다.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1980년 목성과 토성 임무를 마친 보이저 1호는 태양계 바깥으로, 보이저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으로 각각 향했다.
◆교신에만 꼬박 하루 반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40년째 쌍둥이 탐사선과 교신 임무를 맡고 있다. NASA는 “지구에서 교신 신호를 보내 보이저 1호가 회신하는 데 하루 반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전파가 빛의 속도로 날아가지만 그만큼 멀리 있다는 이야기다. 보이저 1호의 경우 회신까지 38시간이 걸린다. JPL 측은 매월 3~4차례씩 신호를 보내 위치를 찾고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도 두 탐사선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NASA 측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두 탐사선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보이저 1, 2호가 40년 가까이 햇빛도 들지 않은 컴컴한 우주공간에서 날고 있는 건 원자력 배터리의 공이 크다. 두 탐사선에는 3개 플루토늄 원자력 배터리가 들어 있다. NASA 측은 2020년까지는 보이저 1호와 교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구와 교신이 끊겨도 항해는 계속될 예정이다.
보이저 1호는 현재 ‘인터스텔라’라고 불리는 성간 공간을 지나고 있다. 300년 정도 뒤면 태양계 주변을 둘러싼 껍질과 비슷하면서 혜성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추정되는 ‘오르트구름’을 처음 목격할 전망이다. 이들 지역은 별과 별 사이에 부는 ‘성간풍’과 우주 방사선이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호는 태양계 외부 우주 공간과의 경계지대인 헬리오스시스 지역을 날고 있다. 보이저 1호는 4만272년 후 ‘작은곰자리’에서 1.7광년(16조800㎞) 떨어진 자리에 겨우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이 레코드판을 실은 미국의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 1, 2호가 지구를 떠나 머나먼 우주로 향한 지 40년을 맞았다. 이 중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물체 가운데 가장 멀리까지 날아갔다. 2013년 태양계를 공식적으로 벗어난 보이저 1호는 지금도 208억㎞ 떨어진 우주에서 시속 6만2000㎞ 속도로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보이저 2호는 171억㎞ 떨어진 태양계 끝 언저리를 날고 있다.
◆인류가 가장 멀리 보낸 물체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77년 8월20일 보이저 2호를, 9월5일에는 보이저 1호를 발사했다. 원래 NASA는 이 쌍둥이 탐사선을 동시에 발사하려 했지만 1호에 문제가 생기자 2호를 먼저 발사했다. NASA는 행성 간 여행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175년에 한 번씩 태양계 행성이 일직선이 되는 기간을 택했다.
쌍둥이 무인 탐사선에는 일차적으로 목성과 토성을 관측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공교롭게도 늦게 발사된 보이저 1호가 2호보다 목성에 먼저 도착했다. 보이저 1호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구름 소용돌이로 알려진 목성의 대적점을 최초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또 목성 위성 이오에서 그간 발견하지 못했던 용암이 분출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토성에서는 12만4000㎞ 거리까지 접근해 토성 고리가 1만 개의 띠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두 탐사선은 목성 중력의 도움을 받아 속도를 높여 토성에 도착했다. 최근 무인 우주탐사선이 태양계 바깥쪽으로 나아갈 때 활용하는 스윙바이(중력도움) 항법이 이때 처음 시도됐다.
보이저 1호는 1990년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참여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주장으로 역사적인 태양계 행성 6개의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태양계 바깥으로 진입하기 전 약 60억㎞ 거리에서 촬영한 사진 속에는 작은 점 모양의 지구 모습이 담겨 있다.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1980년 목성과 토성 임무를 마친 보이저 1호는 태양계 바깥으로, 보이저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으로 각각 향했다.
◆교신에만 꼬박 하루 반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40년째 쌍둥이 탐사선과 교신 임무를 맡고 있다. NASA는 “지구에서 교신 신호를 보내 보이저 1호가 회신하는 데 하루 반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전파가 빛의 속도로 날아가지만 그만큼 멀리 있다는 이야기다. 보이저 1호의 경우 회신까지 38시간이 걸린다. JPL 측은 매월 3~4차례씩 신호를 보내 위치를 찾고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도 두 탐사선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NASA 측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두 탐사선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보이저 1, 2호가 40년 가까이 햇빛도 들지 않은 컴컴한 우주공간에서 날고 있는 건 원자력 배터리의 공이 크다. 두 탐사선에는 3개 플루토늄 원자력 배터리가 들어 있다. NASA 측은 2020년까지는 보이저 1호와 교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구와 교신이 끊겨도 항해는 계속될 예정이다.
보이저 1호는 현재 ‘인터스텔라’라고 불리는 성간 공간을 지나고 있다. 300년 정도 뒤면 태양계 주변을 둘러싼 껍질과 비슷하면서 혜성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추정되는 ‘오르트구름’을 처음 목격할 전망이다. 이들 지역은 별과 별 사이에 부는 ‘성간풍’과 우주 방사선이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호는 태양계 외부 우주 공간과의 경계지대인 헬리오스시스 지역을 날고 있다. 보이저 1호는 4만272년 후 ‘작은곰자리’에서 1.7광년(16조800㎞) 떨어진 자리에 겨우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