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가 반도체 자회사 매각 우선 협상자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 미, 일 연합에서 미국 웨스턴디지탈(WD) 컨소시엄으로 교체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 증가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28일 "도시바의 앞날은 WD에 매각되거나 독자생존으로 좁혀졌지만 이 두 가지 선택 모두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WD에 매각될 경우, 기존 낸드 업체의 인수로 각국의 반독점 승인에 시간이 걸려 채권단이 원하는 내년 3월까지 매각종료 계획에 불확실성이 따른다. 또한 WD는 51%의 경영권과 기존 경영진의 교체를 요구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황 연구원은 분석했다.

독자생존의 경우에는 문제점이 더욱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미 경영의 효율성에서 실패한 도시바의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과 전통적으로 R&D와 설비투자를 위한 자본력에 한국업체 대비 상대적인 열세에 놓였던 일본업체 입장에서 높은 수익성의 D램이 없는 상황은 문제의 해결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황 연구원은 "향후 증설 경쟁이 벌어질 낸드 사업에서 지진을 고려해 경쟁사 대비 크기를 작게 지은 공장(Fab)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라며 "더욱이 중국 칭화의 경우 도쿄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카와사키에 디자인 센터를 세워 도시바 인력을 흡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어 도시바는 인력유출의 우려도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도시바의 채권단과 일본정부는 차악의 선택으로 WD에게 매각을 고려할 확률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어느 경우라도 도시바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경쟁사들의 증설이 뒤따르겠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 증가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SK하이닉스는 업계에서 가장 높은 낸드 비트 성장(Bit growth)을 예상하고 있다. 황 연구원은 "업계는 40% 수준 성장, SK하이닉스는 60% 수준의 성장하며 점유율 증가가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가 저가 공세를 하지 않는다면, 내년 수요증가는 본격적으로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아직 메모리 사이클은 호황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낸드에서 경쟁이 치열할 때 D램의 호황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도시바의 인수자금을 아낀 SK하이닉스는 배당 등 주주환원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정형석 한경닷컴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