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4일 새벽 2시30분 경기 파주시 자유로 하행선 성동 나들목(IC) 진입 구간. 김모씨(52)가 운전 중이던 자동차가 갓길에 주차된 10t짜리 화물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김모씨와 일가족 두 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큰 화물차량이 순간적으로 가로등 불빛을 가린 탓에 운전자가 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도 대전 태평동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27세 남성이 몰던 오토바이가 불법 주차돼 있던 대형 관광버스를 들이받아 숨졌다.

◆밤샘주차 치사율, 일반 교통사고의 3배

서울시에 따르면 갓길에서 불법 밤샘주차로 과태료나 과징금을 부과받은 화물차, 전세버스, 건설기계는 2014년 2395건에서 지난해 3162건으로 32% 급증했다. 물류센터와 차고지가 모여 있는 파주시에서도 2014년 1146건에서 지난해 1570건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차고지 위반 밤샘주차 차량을 들이받고 숨진 사람은 한 해 평균 200명 선으로 추산된다.

10t에 가까운 대형 화물차나 건설기계를 들이받으면 대부분 사망사고로 이어진다. 고속도로에서 불법 주차된 화물차와 추돌한 경우 치사율은 일반 교통사고보다 세 배 이상 높다는 것이 한국도로공사 분석이다. 밤샘주차는 가로등 등의 불빛을 가려 시야가 줄어들면서 더욱 위험하다. 하지만 사건 처리 과정에서는 화물차를 들이받은 차량의 운전자들이 가해자가 된다.

사고의 심각성에 비해 지방자치단체의 과태료 처분은 경미하다는 지적이다. 서부화물터미널을 이용하는 운전기사 박모씨(47)는 “차고지에 주차하는 대신 가끔 20만원 정도 벌금을 내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단속도 미미하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단속도 편도 1, 2차선 주차 등 위험한 사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님비 현상’에 외곽으로 밀려난 차고지

화물차는 차고지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등록할 수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1.5t 이상 사업용 화물차량을 등록할 때 본인이 지정한 장소나 공용차고지, 유료주차장, 화물터미널에만 차량을 주차해야 한다. 밤 12시부터 오전 4시 사이 1시간 이상 지정되지 않은 곳에 주차하면 5만~2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수백 개의 사설 차고지가 등록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차고지가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 서울 동남권화물터미널에서 만난 이모씨(44)는 “대다수 차고지가 외곽에 있는 데다 자리도 모자라 일을 마치고 굳이 수십㎞를 돌아가 차고지에 주차하고 퇴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서울시 권역 안에서 운영 중인 화물공용 차고지는 장지동 동남권물류단지(630대 수용)와 신월동 서부화물터미널(300대) 두 곳뿐이다.

차고지 부족은 ‘님비 현상’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용화물 차고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즉각 주민 민원이 빗발친다”고 했다. 지난 22일 거여 주택재개발사업지에 있는 송파상운 차고지를 두고 직원, 운전기사와 철거반 사이에서 둔기를 동원한 대치 상황이 빚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