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물산·생명 급락… "해외 연기금 자금이탈 조짐"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8일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팔자’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이 대거 조정받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만6000원(1.96%) 내린 230만5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14일 이후 2주 만에 230만원 선 붕괴를 위협받기도 했다. 외국인이 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며 하락 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 320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조4160억원에 달한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액티브주식운용팀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이 확정된 것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 데 분명 영향을 미쳤다”며 “해외 연기금이나 사회적책임투자(SRI)펀드에서 주로 자금을 뺀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금을 빼간 정확한 주체는 시간이 조금 지나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팔고 있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삼성전자 4조427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양대 축인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주가도 하락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4500원(3.37%) 내린 12만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 부회장은 이 회사의 지분 17.08%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지분 19.34%(이 부회장 지분율 0.06%)를 보유한 삼성생명도 3500원(2.88%) 하락한 11만80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들은 삼성생명 주식 10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달 삼성생명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453억원이다.

전문가들은 삼성 핵심 계열사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3분기 실적이 윤곽을 드러낼 9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승훈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운용2팀장은 “삼성전자 등은 3분기 실적에 대한 추정치가 어느 정도 집계된 9월 중순 이후에야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사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추가적인 주주 친화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