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G 종료 뒤 10·4선언 10주년 계기로 분위기 전환' 구상 차질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거듭된 '도발 중단'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29일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북관계 복원을 추진해 온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일단 협상보다는 핵·미사일 고도화로 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만큼 '베를린 구상'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시험대에 서게 됐다.
특히 '제재·대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당분간은 제재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는 북한이 우리의 군사·적십자회담 제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인 '화성-14형'을 잇따라 발사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것과는 별개로 남북대화 의지를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이달 말 종료될 때까지 북한의 도발이 없으면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북한이 지난 2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쐈을 때도 "전략적 도발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며 상황을 관리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에 떨어뜨리는 군사적 시위를 감행하면서 이런 기대는 상당히 사그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북한을 향해 잇따라 유화 제스처를 취했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실망감이 커지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분위기가 더 강경해지면 우리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사안에는 운전석에 앉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상황이 굉장히 엄중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제재와 대화의 병행 기조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당분간은 제재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의 남북관계 복원 구상도 헝클어지게 됐다.
정부는 당초 UFG 훈련과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까지 북한이 도발을 자제한다면 대화 분위기가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바탕으로 10·4 공동선언 10주년을 계기로 한 민간차원의 남북공동행사와 이산가족상봉 등을 통해 분위기를 띄운 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을 통해 본격적인 남북화해·협력 국면으로 전환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전환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이는 북한이 이런 시간표대로 남북관계 회복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서두르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