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명목으로 연 7% 이자 받아
연체 땐 물류센터·재고 매각
원금의 130%까지 회수 가능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특수상황그룹(SSG)이 국내 최대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에 물류센터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은 최근 경기 이천 덕평리와 인천 오류동 물류센터(사진)를 유동화해 3000억원의 운영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자금난 등 주로 기업의 특수상황을 투자 기회로 삼는 골드만삭스SSG는 물류센터뿐 아니라 물류센터 내에 있는 상품 재고까지 담보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골드만삭스는 이천과 인천의 물류센터를 유동화하는 거래에서 물류센터에 쌓여있는 재고까지 담보에 포함했다. 담보 자산의 가치를 높여 대출액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담보 자산 가치는 5000억원으로 평가됐다. 골드만SSG는 이 중 60%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해 3000억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쿠팡은 물류센터 소유권을 부동산 신탁사에 넘기고 임차료 명목으로 연 7%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다.
골드만SSG는 이 대출 채권을 연 금리 4% 선순위와 8.5% 후순위 채권으로 구조화했다. 후순위 채권 1000억원어치는 보유하고 선순위 2000억원어치는 국내 기관투자가에 재판매하기 위해 공제회 등을 접촉 중이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쿠팡의 사업성이나 담보 부동산인 물류센터 가치보다는 골드만삭스의 신용을 믿고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대표 서비스인 ‘로켓배송’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4000억원가량을 투입해 두 물류센터를 조성했다. 건립한 지 1년도 채 안 된 물류센터와 소비자에게 판매할 상품 재고까지 담보로 내걸자 IB업계에서는 쿠팡의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쿠팡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돌지만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골드만SSG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내 최대 소주회사 진로의 부실채권 2억달러어치를 사들여 7년 만인 2005년 10억달러에 되판 것으로 유명하다. 1997년에는 태국 바트화 폭락 당시 태국에서 자동차 대출 자산을 액면가의 45%에 사들여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쿠팡이 이자를 연체하면 골드만삭스는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하고 물류창고와 재고 상품에 대한 권리를 넘겨받게 된다. 이후 공매를 통해 물류센터를 팔거나 재고 상품의 판매 대금을 확보해 원금의 130%(채권최고액) 수준인 약 3900억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덕평과 오류 물류센터는 입지 조건이 좋고 소셜커머스 물류센터 외에 다른 용도로도 전용할 수 있어 가치가 높은 매물”이라며 “골드만SSG가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고수익 투자를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대훈/유창재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