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9일 “폭주하는 문재인 정부를 함께 견제하자”며 한목소리를 냈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후보로 경쟁한 지 4개월 만에 제1·2야당 대표 신분으로 재회했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를 찾아 홍 대표를 예방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100일 동안 중요한 사안들이 쫓기듯이 결정된 것에 대해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 “외교·안보가 참으로 우려된다”며 “국익과 민생 차원에서 노력하고 해결하는 ‘문제 해결의 국회’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홍 대표는 “야당이 힘을 갖춰 정부를 바로잡아주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겠냐”며 “안 대표가 힘을 합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안보·경제위기가 겹쳐 있는데 이 정부가 사법부까지 좌파 코드로 바꾸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제1·2 야당 대표가 첫 만남에서부터 정부·여당 견제를 내세워 우의를 다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당대표 선출 이후 연일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안 대표가 보수 야당인 한국당과 9월 정기국회에서 어느 수준의 보조를 맞출지 관심이 쏠린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에 대한 두 당의 공조 여부가 향후 정기국회 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대표는 “대선 때 우리는 별로 싸운 일이 없었다”며 “의견을 자주 조율해 정부가 폭주 기관차를 타고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에 “어떤 사안에 대해 최선의 방향을 먼저 정하고, 정부·여당이 제시하는 방향과 같다면 협조하고 그렇지 않다면 철저한 국익과 민생 관점에서 제대로 우리 뜻을 관철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 덕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연출했다. 안 대표는 “최근에 굉장히 화려한 옷을 입으셔서 또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오늘은 정장을 입고 나오셨다”며 홍 대표가 지난 주말 부산 해운대 토크 콘서트에서 입은 붉은 꽃무늬 셔츠를 언급했다. 홍 대표도 “안 대표가 부활해서 정치에 활기가 생겼다”며 “앞으로 식사도 같이하자. 안 대표가 돈이 많으시니까”라고 농담을 건넸다.

내년 지방선거 연대에는 양측이 부정적 견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 동석한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선거 연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며 “원칙적으로 선거 연대는 없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도 “두 대표가 수도권 선거 연대 계획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설명했다. 야권의 수도권 연대는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언급하며 정치권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3개 광역단체장 후보만이라도 야 3당이 단일 후보를 내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