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간 재정지출을 경제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려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세수 호조세가 이어지는 등 내년 이후 경기 회복으로 재정 수입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5년간 국세 수입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2%포인트가량 높은 연평균 6.8%로 예상하는 정부의 재정 수입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라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의 국세 수입이 전망치에 미달하면 재정적자가 급증해 국가부채 비율이 예상보다 빨리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5년 내내 세수 '장밋빛 전망'… "돈 풀어도 재정 문제 없다"는 정부
2021년 재정지출 500조원 넘어

정부는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이 기간 재정지출을 연평균 5.8% 늘려 나가기로 결정했다. 2% 후반대인 잠재성장률과 2% 안팎의 물가상승률을 합친 4% 후반의 경상성장률 추정치보다 1%포인트 정도 높은 ‘확장 재정’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400조5000억원인 재정지출은 2021년 500조9000억원으로 늘어 ‘예산 500조원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말 39.7%에서 2021년 40.4%로 횡보세를 이어갈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정부의 순(純)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GDP 대비 1.7~2.1%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낙관적인 전망의 근거로 정부는 재정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 호조를 들었다. 올해 말 고소득자·대기업 대상 증세 등 세법 개정으로 추가 세수가 걷혀 국세 수입이 2021년까지 연평균 6.8% 늘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재정수입도 5년간 연평균 5.5% 증가하면서 재정지출을 매년 소폭 웃돌게 돼 재정 건전성을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 말기 세수 줄어들 가능성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국세 수입 전망이 현실화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경상성장률보다 평균 2%포인트 높은 국세 수입 증가세가 한두 해도 아니고 5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인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2007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10년치 세수를 분석해 보니, 국세 증가율이 경상성장률보다 2%포인트 이상 높았던 해는 네 차례에 불과했다. 절반에 해당하는 다섯 해는 국세 증가율이 오히려 그해 경상성장률보다 낮았고 심지어 2009년과 2013년에는 3~4%에 달하는 경상성장률에도 세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과 2014년에도 정부는 각각 연평균 6.5%와 5.9%의 국세 수입 증가를 가정하고 이듬해 예산안을 짰다. 하지만 실제 세수는 예산보다 5조~11조원 부족한 이른바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성장률 자체가 낮아지면서 국세 수입이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재정의 경제성장 기여도나 승수 효과는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세입이 예상보다 줄어 재정적자 추세가 완전히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최저한세 인상과 비과세 감면 조치는 예상보다 세수 효과가 강하고 문재인 정부도 대기업·고소득자 증세를 해 향후 1~2년간 세수는 정부 예상만큼 걷힐 수 있다”며 “하지만 잇단 증세로 경제 활력과 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져 문재인 정부 말기엔 세수가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전직 경제부총리는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기업의 투자 확대가 관건”이라며 “과감한 규제 완화를 비롯한 투자 여건 개선 정책으로 기업들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39.6%

내년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채무(709조원)가 차지하는 비율. 정부는 올해(39.7%)보다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에는 이 비율이 40.4%로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세수 전망에 근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