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복합몰 규제 논리 못찾은 산업부
정부는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년부터 복합쇼핑몰을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하도록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지만 복합쇼핑몰은 이런 규제가 없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담당하는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다.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진흥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담당 부처를 중기부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산업부가 반대해 법안 개정 작업은 계속 산업부가 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을 규제 대상에 넣는 것이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클 것이란 전문가들 목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사람들도 소상공인인데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며 주말에 이들의 장사를 막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앞서 시행된 대형마트 의무휴일이 골목상권 활성화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기자는 복합쇼핑몰 규제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어떤 논리를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산업부 담당 부서에 대학교수 등 전문가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산업부로부터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규제에 반대하는 전문가는 많지만 찬성하는 전문가는 본인들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들 여럿한테 전화해 서울 소재 대학 경제학과 교수 한 명의 연락처를 겨우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교수는 “나는 복합쇼핑몰 규제에 찬성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산업부 담당 국장은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돼 아는 게 없다”고만 했다.

정부가 찬반이 나뉜 정책을 추진할 땐 이론적으로 ‘중무장’이 돼 있어야 정책에 반대하는 쪽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자신들의 주장을 설명해 줄 전문가 풀(pool)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다.

하지만 최근 산업부 모습을 보면 청와대와 여당이 지시하는 것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데 급급할 뿐 반대 측을 설득할 논리적 근거는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거센 반대에 직면한 탈(脫)원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복합쇼핑몰 규제를 둘러싼 산업부 대처에서도 이 같은 미숙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