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 앞세워 '신관치금융' 밀어붙이나
새 정부의 금융철학을 가늠해 볼 ‘금융계 인사’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뒷말이 무성하다.

차기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청와대가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금융계에선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 내정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전 사무총장은 청와대가 한 달가량 검증을 거쳐 내세운 후보다.

김 전 사무총장이 갑자기 유력후보로 떠오른 데 대해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그는 감사원에 오래 재직한 퇴직 관료로 금융경력이 전무하다. 시쳇말로 금융 분야 ‘비(非)전문가’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이유를 모른다. 묻지 말아 달라”고 했다. 급기야 새 정부의 고위직 인사를 여럿 배출한 참여연대까지 “김 전 사무총장이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 몸담았다는 인연으로 금감원장에 임명되는 것이란 의문이 제기된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여전히 김 전 사무총장 카드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장에 이어 차기 산업은행 회장과 수출입은행장 내정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회장에는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수출입은행장에는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내정됐다는 게 금융계에 도는 소문이다. 이 가운데 이 교수는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냈지만 비(非)경제관료 출신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금융연구원에 오래 몸담았다. 2004년 금감위 부위원장 시절 관료들과 불협화음으로 사표를 낸 바 있다. 김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그도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경제고문 역할을 맡았다.

금융계에선 지금까지 드러난 새 정부의 금융계 인사 키워드를 ‘적폐 청산’과 ‘개혁인사’로 꼽는다. 그러나 개혁과 혁신이란 명분을 내세워 비전문가를 금융계 요직에 앉히려는 것도 또 다른 의미의 ‘관치금융’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관치금융을 막기 위해선 정부가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며 “새 정부가 ‘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관치금융의 새 버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