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을지훈련 중단 요구 안 받아들여지자 보복·위협성 도발"
베넷 "동해서 평양 위로 토마호크 발사해 서해에 떨어뜨려야"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전문가들은 29일(현지시간) 북한이 일본 영토 상공을 통과하도록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자칫 전쟁까지 촉발할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진단했다.

만일 탄도미사일이 일본 북부 상공에서 실수로 폭발해 인명 피해라도 발생했을 경우 동북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이번 도발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만큼 더욱 강력하고 강경한 대북 압박 조치를 주문했다.

◇ "사상자 났더라면 무슨 일 일어났겠나" =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의 머리 위로 미사일 시험을 한 것은 전례 없는 호전적 행동"이라며 "전쟁 바로 직전의 행위"라고 비판했다.

매닝 연구원은 "만약 미사일이 홋카이도 상공에서 폭발해 사람이 다쳤거나 죽었다면 어떤 반작용이 일어났겠느냐"고 반문하고 "이는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으로, 오로지 군사적 대결의 확률만 키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도널드 만줄로 소장은 언론성명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미 역내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서 일어난 매우 도발적인 결정"이라며 "일본의 인구밀집 지역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 도중 실패가 있었더라면 무고한 인명을 위험에 처하게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줄로 소장은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위로 날아가도록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 만큼 이번 시험 발사는 명백히 일본을 타격할 수 있다는 북한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UFG 중단 요구 무시에 대한 보복" =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한미 연합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무시되는 데 대한 보복과 위협 차원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3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진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미 양국이 UFG를 취소하지 않으면 고통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북한은 UFG 중단에 뜻을 같이하는 중국이 이 같은 도발에 조치를 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앞으로도 연합훈련을 계속하면서 북한의 이런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 등 더욱 강한 도발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닝 연구원은 "지난주 3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UFG 연습에 대한 '보복'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도 미국에 맞서는 거친 모습을 보이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 돈줄 차단·군사행동 등 강경 주문 봇물 = 10선 의원 출신의 안보 전문가인 만줄로 소장은 "지금이야말로 더욱 강력한 조치가 요구된다"고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매닝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의 현금 조달 통로가 차단될 수 있다면, 북한 엘리트들을 현금으로 포섭하는 김정은의 능력이 많이 축소될 것"이라며 "이는 북한 내부 정치의 역학 관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넷 연구원은 다소 과격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적극적인 보복 형태의 대응을 제시했다.

베넷 연구원은 "군사적 공격(military attacks)이 아닌 군사행동(military actions)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이 동해의 공해 상에서 평양 상공으로 지나가도록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해 서해 공해 상에 떨어뜨리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정찰기가 북한의 영공보다 높게 동해안과 서해안을 따라 비행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거나, 앞으로 북한이 시험 발사하는 미사일을 요격하겠다고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그는 한국의 발전상과 화려한 대중문화, 김정은의 호화로운 일상 등을 담은 DVD와 USB, 소책자 등을 북한의 모든 미사일 기지에 살포해 탈북을 유도하는 등의 심리전도 제안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이해아 특파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