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트윈은 등장부터 화려했다. 1981년 혼다는 XR500R로 랠리에 참가했다. 첫 참가였지만 XR500R의 질주에는 거침이 없었고 6위의 성적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이듬해 자신감이 붙은 혼다는 가장 높은 곳을 겨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두 번째 참가한 대회에서 XR500R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과거 야마하에서 두 번의 우승 맛을 본 시릴 느보 선수가 혼다에 우승컵을 안겨줬다.
데뷔 2년차인 혼다 XR500R가 경쟁 기종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자 전 세계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만큼 혼다의 제품 기술력은 완성도가 높았고 내구성은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특명 V' 한계를 넘어라
1983년 혼다에게 넘어야 할 산이 다가왔다. BMW였다. 단기통 엔진을 달고 달리던 XR500R은 BMW의 2기통 수평대향 엔진(박서 엔진)에 비해 출력과 토크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혼다는 1985년까지 3년 간 1위 자리를 BMW에 내줘야 했다. 대책이 필요했다.
해결책은 하나.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혼다는 개발에 착수했다. 무게는 가볍지만 튼튼해야 하고, 엔진의 출력은 높으면서도 고르게 힘을 내야 했다. 최고속도는 180km/h, 연료효율도 간과해선 안된다. 정비효율성도 높아야 했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다시 다카르 랠리에서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다. 결과물은 1986년 등장한 NXR750이었다. 배기량 779cc V트윈 엔진을 탑재한 NXR750은 7000rpm에서 최고출력 75마력의 성능을 갖췄다. 몸무게는 189kg으로 가벼웠고 59리터짜리 연료탱크를 장착했다. 강한 심장과 근육으로 재무장한 NXR750은 혼다를 다카르 랠리의 최강자 자리에 다시 올려놓았다. 원투피니시를 기록하며 경쟁자들을 돌려세웠다. 혼다는 한 번 잡은 승기를 다시 놓치지 않았다. NXR750은 1989년까지 4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사람들은 명기의 등장에 ‘사막의 여신’, ‘사막의 혁명’이라는 별명으로 화답했다.
랠리를 휩쓴 NXR750은 양산형 버전으로 나와 모터스포츠 팬들을 열광케 했다. 1988년 등장한 XRV시리즈, 일명 ‘아프리카 트윈’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