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평화적·외교적 수단 견지해야…6자회담 재개 촉구"
환구시보 "미사일 발사와 제재·군사위협 악순환 멈춰야"

북한의 29일 일본 상공 통과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도 중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대북 제재와 압박보다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날 북한의 도발로 한미일 3국이 대북 강경 기조로 선회한 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긴급회의를 통해 대북 추가제재를 논의하는 가운데 추가 제재·압박 분위기에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노린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0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 사전 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계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도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왕 부장은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는 역할을 발휘하지만 다른 중요한 부분도 있다"면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수단으로 한반도 문제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서로를 자극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대화와 북핵 6자 회담을 재개하기를 촉구한다"며 "이런 노력 역시 책임이자 의무이고 반드시 이행하고 관철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도 일제히 북미 양국이 무조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한미일 3국의 대북 추가 제재가 더는 잃을 게 없는 북한에 타격을 주기 힘들다면서 미국은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대신해 안전 우려를 불식시킬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발사와 압박의 악순환이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이런 주장을 제기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미일이 분노한 상황에서 추가 대북 압박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면서 "이미 대북 제재가 강력한 상황에서 새로운 제재는 거의 마른 수건을 짜서 한두 방울의 물을 빼는 것과 다름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한미일의 여론을 달랠 뿐 북한에는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가속해 국제 사회의 대북 태도를 변화시키려 한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멈출 수 없는 관성이 됐고 북한은 외부의 압박에 무감각해졌다"고도 했다.

신문은 또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으면 한미일은 북한을 외면하고 무관심해 북한으로선 미사일 발사로 주목을 받고 국제적인 인정을 받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미사일 발사와 제재·군사 위협이라는 악순환을 중단하려면 한미일이 북한과 교류 방식의 전환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은 북한과 무조건적인 대화를 해야 하며 주변국들도 북한의 안전 우려에 함께 응대해야 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대체할 안전 수단과 자원을 충분히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면서 "양측은 메시지를 돌려 말하지 말고 직접 마주 보고 대화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엄중히 위반했다"면서 "그러나 유엔뿐 아니라 한미일조차 북핵 문제를 해결할 힘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제부터 지혜가 필요하며 충동보다는 이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장롄구이(張璉괴<王+鬼>)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위험이 정점에 이르고 있으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핵 문제를 평화롭게 풀려는 인내심을 잃을 상황에 부닥쳤다"고 우려했다.

캉제 중국국제연구소 부연구원은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게재한 평론에서 "미국과 북한이 불장난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캉 부연구원은 북미가 이달 초 '말 폭탄' 전쟁에 이어 최근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합동군사연습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연쇄 발사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하고 있다면서 "양측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군사 훈련과 핵 실험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