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11개 은행 직원 수가 1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이후 반년 새 3500명 이상 줄었다. 핀테크(금융기술) 확산,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기존 은행들이 점포 숫자를 줄이고 온라인 영업을 강화한 데 따른 결과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새 정부의 고용 확대 기조에 맞춰 올해 신규 채용을 늘리는 분위기다. 온라인·모바일로 은행산업이 급변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울며 겨자 먹기’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 11개 은행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10만1702명에서 올해 6월 말 9만8085명으로 3617명 줄었다. 우리·신한·국민·KEB하나·농협·수협은행과 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 특수은행, SC제일·한국씨티은행을 합한 결과다.
점포 줄어드는데… 은행들 '울며 겨자 먹기' 채용
은행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직원 수가 지난해 말 1만9828명에서 지난 6월 말 1만6918명으로 확 줄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직원 수도 각각 309명과 302명 줄어 1만3510명, 1만4656명이었다. 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각각 216명, 145명을 감원했다. 이에 더해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1000여 명의 희망퇴직을 준비 중이다. 한국씨티은행도 9월까지 기존 점포를 43개로 줄이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하다.

은행원 수가 감소한 건 점포 숫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데 따른 결과다. 지점·출장소를 포함한 11개 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지난해 말 6182개에서 이달 28일 기준 5919개로 263개나 줄었다. KEB하나은행은 이 기간에 82개 점포를 정리했으며, 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각각 63개, 57개 점포를 없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비(非)대면 영업이 60~70%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오프라인 영업점을 유지할수록 손해가 난다”며 “인력과 점포를 늘리기보다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확충해 모바일채널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고용 확대’에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민간 기업들이 대규모 희망퇴직 등을 자제해줄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올 하반기 채용을 대거 늘리는 분위기다. 우리·신한·국민·KEB하나·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은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1400명 이상의 신규 인력을 올 하반기 채용할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최근 각각 300명, 250명의 신입직원 채용공고를 냈으며 다른 은행들도 예년에 비해 채용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 관계자는 “2015년에도 청년 일자리를 늘리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채용을 확대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은행업계에선 불요불급한 신규 채용 확대가 수년 뒤 희망퇴직을 늘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윤희은/이현일/정지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