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소국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로 한국의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2010년 유럽신경제재단(NEF)이 조사한 국민행복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세계인의 호의적인 시선이 부탄에 쏠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부탄을 여행한 뒤 ‘부탄식 행복’에 깊이 감명받았다고 밝혀 한국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부탄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면 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며 국민총행복(GNH) 지표를 국가정책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런 부탄의 히말라야 산악지대 도클람(중국명 둥랑, 인도명 도카라)에서 70여 일간 벌어진 중국과 인도 간 군사 대치가 지난 28일 일단락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두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부탄의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됐다고 30일 보도했다.
중국-인도 '국경분쟁' 끝났지만… 강대국 사이 외줄 타는 부탄
◆‘코끼리’ 인도는 전통의 우방국

히말라야 정상 인근 해발 4800m 고원지대인 도클람은 서쪽으로 인도 시킴주, 동쪽으로 부탄, 북쪽으로는 중국과 닿아 있다. 중국은 이 지역을 1890년 이후 실효 지배해온 중국 땅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부탄은 아직 국경이 확정되지 않은 분쟁지역이라고 여긴다. 영토분쟁의 직접적인 당사국은 중국과 부탄이다. 하지만 부탄은 지난 두 달 넘게 강대국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한마디도 못 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부탄은 그동안 안보 분야에서 인도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1949년 8월 우호협력조약을 맺은 뒤 사실상 인도의 보호를 받고 있다. 400명가량의 인도군이 부탄에 주둔해 있다. 인도는 1만 명이 채 안 되는 부탄왕립군 훈련을 책임지며 임금까지 지급한다.

부탄은 경제 분야에서도 인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다른 나라와 교역이 많지 않은 부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은 인도다. 지난해 부탄 전체 수입 중 63.9%를 인도가 차지했다. 부탄 수출의 94%는 인도로 갔다. 양국은 2008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인도는 부탄의 최대 대외 원조국이기도 하다. 부탄이 2002~2007년 추진한 제9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돕기 위해 3억8000만달러(약 4264억원)를 지원했다. 2009년에는 부탄의 빈곤 감소 및 농촌지역 개발사업에 1억4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정보화사업에도 1억4000만달러를 지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4년 6월 취임한 뒤 첫 해외 순방지로 부탄을 택했다. 이래저래 인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성장하려면 ‘용’ 중국 잡아야

부탄은 중국과 470㎞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1998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경조약’을 맺었지만 일부 국경(약 269㎞)은 경계가 모호하다.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아직 중국과 수교하지 않았다. 1950년 이웃나라인 티베트가 중국군에 점령당하고 이듬해 강제 병합된 것을 본 뒤 줄곧 중국을 경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부탄의 젊은 층 사이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인도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부탄에선 대졸자가 해마다 7000명가량 쏟아진다. 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국가 공무원인데 매년 500명 정도만 뽑는다. 취업할 기업이 거의 없어 일자리가 부족하다. 공식 실업률은 5%지만 젊은 층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훨씬 높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중동이나 동남아 국가로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탄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외국 관광객 가운데 중국은 인도에 이어 2위다. 2008년 홍콩의 유명 배우가 부탄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중국인이 선호하는 관광지가 됐다. 홍콩과 대만을 포함하면 중국 관광객은 인도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범중화권에서 3만여 명이 부탄을 찾았다. 전체 관광객의 20%에 달한다. 관광산업이 주력 산업인 부탄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인도와의 경제 협력엔 금이 가고 있다. 부탄은 최근 대규모 수력발전소를 건설했다. 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큰 프로젝트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70%가 인도로 수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도는 전력 수입을 중단했다. 지난해 전기가 남아돌았기 때문이다. 이후 부탄에서 전기 가격이 폭락했다. 부탄은 인도와의 교역에서 매년 1억50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SCMP는 “갈수록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부탄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