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성장의 과정이자 결과물인데… 성장을 이끈다고?
소득주도 성장론은 ‘칼레츠키 학파’(폴란드 경제학자 미하우 칼레츠키가 이끈 포스트 케인지언 학파)의 성장 모형인 이른바 임금주도 성장론의 한국판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 실정을 감안해 임금(wage) 개념을 자영업자의 노동 소득까지 포괄할 수 있는 소득(income) 개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다수의 경제학자는 성장을 위한 핵심 경제 철학을 설명하기엔 명칭 자체부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소득은 성장의 결과물이자 증가하는 과정이 곧 성장인데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이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소득주도 성장론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을 것”이라면서도 “장기 혹은 적어도 중·장기적인 흐름을 뜻하는 성장을 위한 핵심 경제 정책으로 소득을 내세운 건 경제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성장론의 핵심 동력으로 소득을 들고나온 것부터가 잘못된 시작”이라며 “성장이라는 건 5년을 넘어서 10년 혹은 그 이상 지속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혁신·활력 등이 소득이라는 용어에 비해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은 “차라리 혁신주도 성장 등으로 명칭을 내세웠다면 분배와 성장 등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 의지를 나타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도 이 같은 명칭에 대한 지적에는 일부 동의했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증가하는 과정을 성장이라고 볼 때 소득주도 성장론이라는 용어 자체에 오류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 성장에 비해 소득주도 성장이 4대 경제 정책 방향 중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 의지를 가장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