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오른쪽)와 김무성 의원이 31일 파주시 홍원연수원에서 열린 연찬회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오른쪽)와 김무성 의원이 31일 파주시 홍원연수원에서 열린 연찬회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의 속사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다른 정당과의 연대를 거부하고 독자 생존하자는 ‘자강론’ 대신 자유한국당과의 ‘통합론’이 당 내부에서 연일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인 데다, 대표적인 강성 자강론파로 꼽히는 이혜훈 대표가 옥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31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당내에선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사업가 옥덕순 씨는 이날 YTN 보도를 통해 자신의 사업 편의를 위해 대기업과 금융회사 임원을 소개해 주는 대가로 현금과 명품 등 수천만원대 금품을 이 대표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마침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찬회를 하기로 한 날이어서 당내 파장이 컸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들과 함께 방문하기로 했던 공동경비구역(JSA)과 판문점에 가지 않고 변호사와 법률 검토를 했다. 대신 오후부터 경기 파주 홍원연수원에서 열린 연찬회에 들러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의혹을 해명했고, 참석한 의원들에게도 내용을 설명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 대표는 “의도를 갖고 찾아온 사람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옥씨가 홍보·언론·정치권 등에서 인맥이 두텁다며 접근해왔다”며 “돈을 빌리고 갚은 현금 액수와 옥씨가 쓴 홍보 관련 경비를 변제해 준 것을 모두 정산한 게 6000만원 정도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옥씨와의 채무관계에 대가성과 불법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에는 선의로 다가왔기 때문에 믿고 신뢰하는 관계였지만, 최근 옥씨가 이상한 인물이라는 것을 직감했다”며 “옥씨는 저 외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재력가에게 금품을 갈취하려다 구속된 사기전과범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또 “서너 달 전 모든 채무관계는 끝났다. 모든 거래는 차용증이 다 있고 언제라도 (언론에)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금품을 줬다고 주장하는 옥씨와 대가성을 부인하는 이 대표 간 진실 공방은 검찰 수사를 통해 장기전으로 흐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빨리 의혹을 벗지 못하면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대표가 강하게 주장했던 자강론도 힘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주=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