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31일 서울 송파구 ‘트라지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중개업소에 ‘특급매매’를 알리는 종이들이 붙어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31일 서울 송파구 ‘트라지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중개업소에 ‘특급매매’를 알리는 종이들이 붙어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 달째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집주인은 눈치를 보며 시장 동향만 살피고 매수자는 급매물만 찾는 분위기입니다.”(서울 대치동 Y공인 관계자)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주택시장에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 등은 일부 다주택자가 내놓는 급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거래는 실종 상태다. 매수자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호가는 지속적으로 내리는 추세다. 매매시장이 막히면서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오르는 등 전·월세시장은 국지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도세 중과 피하자” 급매물도

‘8·2 부동산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가을 서릿발처럼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개포동 주공1단지는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 지난달 12억5000만원 선이던 주공1단지 전용면적 41㎡ 호가는 11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착공 전까지 거래가 가능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도 지난 7월 가격에 비해 3000만~1억원가량 빠진 상태다.

논현동이나 반포동 일대는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양도세 중과에 부담을 느껴 매물을 쏟아내는 갭 투자자가 등장했다. 논현동 A공인 관계자는 “2~3년 전 가구당 1억~1억5000만원을 투자해 소형 아파트 20여 가구를 집중 매입한 한 갭 투자자가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최근 한꺼번에 물량을 내놓고 매도자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성수·한남 등 재개발 구역에선 매수자들이 급매물만 찾는 분위기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대책 이전과 시세 변동은 없지만 매도·매수자 간에 원하는 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남뉴타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남동 용산퍼스트공인 최지은 대표는 “대책 전엔 하루 50~100통 문의 전화가 왔는데 지금은 5통 정도 걸려와 급매 여부만 확인한다”고 전했다.

천정부지로 집값이 치솟던 세종시도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거래가 크게 얼어붙었다. 도담동 홈공인 박서현 대표는 “급매로 나온 분양권 외에는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입주 물량이 많은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선 “최악의 상태”라며 중개업소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거주자만 움직이다 보니 남동탄 지역에서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 한두 개만 거래됐다. 동탄2신도시 M공인 관계자는 “물건이 널려 있지만 거래가 안 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반면 8·2 대책에서 비켜난 경기 일산·분당신도시, 인천 송도 등은 호가가 소폭 오르고 매수세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대책 전 4억4000만~4억6000만원이던 일산 마두동 라이프5단지(강촌마을) 전용 84㎡는 최근 4억6000만~4억7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실수요자 전세시장으로 이동

매매시장이 움츠러든 것과는 달리 전세시장은 들썩일 조짐을 보인다. 일부 수요자가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데다 강화된 대출규제로 주택을 매수하려는 실수요자도 전세로 돌아서고 있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5월 0.34% 상승한 뒤 6월과 7월에도 각각 0.50%, 0.46% 올랐다. 8·2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전셋값은 0.21%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매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설 경우 오름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신규 공급 물량이 많지 않고 재건축 사업에 따른 철거·이주가 시작되는 서울 강남권 전세시장이 특히 불안한 지역으로 꼽힌다. 강남구에선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와 4단지(2840가구)가 연말 이주를 시작한다. 강동구의 둔촌주공(5930가구)은 지난달 이주를 시작했다. 고덕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미 인근 전세 물건은 거의 동났다”며 “남아 있는 물건도 이전보다 가격이 약 2000만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김진수/선한결/김형규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