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이 상표권 사용 제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 상표권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을 경우 상표권 사용을 막을 수 있다는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3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매출과 연동되는 상표권 사용료를 확인하기 위해 언제든 더블스타의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30일 채권단에 전달했다. 금호 측은 또 “우선인수 협상대상자인 중국의 더블스타가 금호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으면 상표권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금호타이어가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상표권을 사용할 수 없다는 단서도 달았다.

금호 측의 이 같은 요구에 채권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계장부 열람은 실질적인 경영간섭 행위로 더블스타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상표권 이미지 하락에 대한 판단 역시 주관적이어서 더블스타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금호타이어의 브랜드로 해외시장을 확장하려는 더블스타 입장에선 미진출 지역의 상표권 사용을 불허하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더블스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독소조항을 넣어 매각 진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삼구 회장 측은 “금호산업은 상표권 소유자로서 그룹 전체 이미지를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회계장부 열람 역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표권’ 문제가 걸림돌로 떠오르면서 채권단과 더블스타 간 매각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주도하는 산은 실무자들은 더블스타와 마무리 협상을 하기 위해 지난 29일 중국으로 떠났다. 더블스타 측에서 요구한 매각가 인하 등을 매듭짓기 위해서다. 당초 30~31일 이틀간 협상할 계획이었지만 금호 측에서 상표권 사용에 새로운 단서를 달면서 차질이 생겼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상표권 사용계약에 차질이 생기면서 매각 향방은 다시 오리무중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채권단은 상표 계약서 문안을 금호산업에 전달하며 30일까지 회신을 요구했다. 채권단이 보낸 계약서에는 상표권 보유기업인 금호산업이 금호타이어 연매출의 0.5% 요율로 20년 동안 상표권료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박재원/정지은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