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1, 통합사회·통합과학 배우는데 수능은 안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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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수업 교과목-수능 영역 불일치…수능 도입 이래 처음
문·이과 통합, 융합인재 육성 등 교육과정 취지 무색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이 미뤄지면서 내년 고1이 새로 배울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수능 과목에는 들어가지 않게 됐다.
학교 교육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이 바뀜에 따라 교과목도 바뀌는데 이 학생들이 치를 수능은 현 체제(2009 개정 교육과정)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물론, 문·이과 통합을 비롯한 교육목표가 훼손되고 수업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새 교과서에 옛 수능체제…수학·탐구과목 등 혼선 우려
31일 교육부가 내놓은 안을 보면 현 중3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은 올해 치러지는 2018학년도 수능과 시험영역·평가방식 등이 모두 같다.
기존에 교육부가 내놓은 개편 시안은 공식적으로 폐기됐다.
이에 따라 현 중3 학생들은 수능에서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최대 2과목 선택), 제2외국어/한문 등 최대 7개 영역의 시험을 치르게 된다.
개편 시안에서는 수능 제외 과목이었던 물리Ⅱ/화학Ⅱ/생물Ⅱ/지구과학Ⅱ(과학Ⅱ)도 현행처럼 수능 탐구영역 선택과목으로 포함된다.
내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배우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은 현행 수능에 없는 과목인 만큼 2021학년도 수능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평가방식도 현행처럼 영어와 한국사 영역만 절대평가이고 나머지 영역은 상대평가다.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시험 영역은 현재와 같다"며 "수능에 대해서는 손대지 않고 현행(2018학년도 수능)처럼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학생들이 바뀐 교육과정과 수능 체계가 달라 혼선과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과학Ⅱ는 새 교육과정에서는 가장 심화학습이 필요한 진로선택과목이다.
진로선택과목은 새 교육과정을 만들 당시 수능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바 있다.
하지만 개편이 미뤄져 2021학년도에는 현 수능체제를 따르면서 시험 범위에 포함된다.
1학년 수준의 공통과목인 통합과학이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상황에서 2∼3학년 수준의 심화 과목만 수능시험 범위가 되는 셈이다.
이과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학 가형 가운데 많은 학생이 부담을 느끼는 '기하와 벡터' 역시 새 교육과정에서는 진로선택과목으로 분류된다.
교육부는 시험 범위 등 세부사항을 내년 2월까지 확정하고,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거나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진석 실장은 "바뀐 교육과정 안에서의 출제 범위 등 자세한 내용은 내년 2월에 발표할 것"이라며 "시험 과목이 같은 채로 교육과정이 달라지지만, 달라진 교육과정 내에서 (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이 추가 학습부담을 지거나 배우지 않는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는 일이 없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이과 통합, 학생 선택권 강화 사실상 실패
옛 수능 형식이 새 교육과정 취지를 훼손해 결국 교육과정 개편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문·이과 통합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교육부는 문·이과 구분 없이 인문사회·과학기술 분야에 기초 소양을 두루 지닌 융·복합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새 교육과정 도입과 수능 개편의 한 이유로 내걸었다.
대표적인 것이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 신설이다.
문과 학생들은 사회과목만, 이과 학생들은 과학과목만 공부하는 '학습 편식'을 막고자 모든 학생이 함께 배우는 통합과목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들 과목이 수능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문과 학생들은 여전히 사회탐구만, 이과 학생들은 과학탐구만 공부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학 역시 기존처럼 이과 학생들이 주로 보는 가형과 문과 학생들이 주로 보는 나형으로 나뉜다.
심화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면서 진로에 따른 교육을 강화한다는 교육 목표도 무색해졌다.
이달 10일 단계적 절대평가와 전면 절대평가 시안을 발표하면서 교육부는 학생들이 문제풀이 수업 대신 실험 등 과학 본연의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자 과학Ⅱ를 수능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이주희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교육과정 개정 당시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과학Ⅱ를 진로선택과목으로 두는 것이 수능의 영향에서 벗어나 과학을 심화 학습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생 참여형 수업을 늘리는 등 교실수업 분위기를 바꿔 교육과정의 취지를 개선하고 혼란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개정 교육과정의 큰 취지는 교과서보다는 교실수업 개선"이라며 "아이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면서 토의·토론식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수능 과목 외에 다른 선택과목도 다양하므로 융합적 사고가 충분히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학교 수업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교육과정과 입시제도의 큰 틀인 수능이 서로 다른 시기에 개편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문제점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교육과정과 수능이 엇박자를 내는 것은 1994년 수능시험이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이진석 실장은 "새 교육과정 적용을 1년 늦추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교육과정이 '주'(主), 수능 개편이 '종'(從)이므로 교육과정을 연기하는 게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해 (대입 개선에 대한) 합리적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
문·이과 통합, 융합인재 육성 등 교육과정 취지 무색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이 미뤄지면서 내년 고1이 새로 배울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수능 과목에는 들어가지 않게 됐다.
학교 교육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이 바뀜에 따라 교과목도 바뀌는데 이 학생들이 치를 수능은 현 체제(2009 개정 교육과정)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물론, 문·이과 통합을 비롯한 교육목표가 훼손되고 수업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새 교과서에 옛 수능체제…수학·탐구과목 등 혼선 우려
31일 교육부가 내놓은 안을 보면 현 중3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은 올해 치러지는 2018학년도 수능과 시험영역·평가방식 등이 모두 같다.
기존에 교육부가 내놓은 개편 시안은 공식적으로 폐기됐다.
이에 따라 현 중3 학생들은 수능에서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최대 2과목 선택), 제2외국어/한문 등 최대 7개 영역의 시험을 치르게 된다.
개편 시안에서는 수능 제외 과목이었던 물리Ⅱ/화학Ⅱ/생물Ⅱ/지구과학Ⅱ(과학Ⅱ)도 현행처럼 수능 탐구영역 선택과목으로 포함된다.
내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배우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은 현행 수능에 없는 과목인 만큼 2021학년도 수능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평가방식도 현행처럼 영어와 한국사 영역만 절대평가이고 나머지 영역은 상대평가다.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시험 영역은 현재와 같다"며 "수능에 대해서는 손대지 않고 현행(2018학년도 수능)처럼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학생들이 바뀐 교육과정과 수능 체계가 달라 혼선과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과학Ⅱ는 새 교육과정에서는 가장 심화학습이 필요한 진로선택과목이다.
진로선택과목은 새 교육과정을 만들 당시 수능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바 있다.
하지만 개편이 미뤄져 2021학년도에는 현 수능체제를 따르면서 시험 범위에 포함된다.
1학년 수준의 공통과목인 통합과학이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상황에서 2∼3학년 수준의 심화 과목만 수능시험 범위가 되는 셈이다.
이과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학 가형 가운데 많은 학생이 부담을 느끼는 '기하와 벡터' 역시 새 교육과정에서는 진로선택과목으로 분류된다.
교육부는 시험 범위 등 세부사항을 내년 2월까지 확정하고,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거나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진석 실장은 "바뀐 교육과정 안에서의 출제 범위 등 자세한 내용은 내년 2월에 발표할 것"이라며 "시험 과목이 같은 채로 교육과정이 달라지지만, 달라진 교육과정 내에서 (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이 추가 학습부담을 지거나 배우지 않는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는 일이 없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이과 통합, 학생 선택권 강화 사실상 실패
옛 수능 형식이 새 교육과정 취지를 훼손해 결국 교육과정 개편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문·이과 통합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교육부는 문·이과 구분 없이 인문사회·과학기술 분야에 기초 소양을 두루 지닌 융·복합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새 교육과정 도입과 수능 개편의 한 이유로 내걸었다.
대표적인 것이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 신설이다.
문과 학생들은 사회과목만, 이과 학생들은 과학과목만 공부하는 '학습 편식'을 막고자 모든 학생이 함께 배우는 통합과목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들 과목이 수능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문과 학생들은 여전히 사회탐구만, 이과 학생들은 과학탐구만 공부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학 역시 기존처럼 이과 학생들이 주로 보는 가형과 문과 학생들이 주로 보는 나형으로 나뉜다.
심화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면서 진로에 따른 교육을 강화한다는 교육 목표도 무색해졌다.
이달 10일 단계적 절대평가와 전면 절대평가 시안을 발표하면서 교육부는 학생들이 문제풀이 수업 대신 실험 등 과학 본연의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자 과학Ⅱ를 수능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이주희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교육과정 개정 당시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과학Ⅱ를 진로선택과목으로 두는 것이 수능의 영향에서 벗어나 과학을 심화 학습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생 참여형 수업을 늘리는 등 교실수업 분위기를 바꿔 교육과정의 취지를 개선하고 혼란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개정 교육과정의 큰 취지는 교과서보다는 교실수업 개선"이라며 "아이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면서 토의·토론식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수능 과목 외에 다른 선택과목도 다양하므로 융합적 사고가 충분히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학교 수업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교육과정과 입시제도의 큰 틀인 수능이 서로 다른 시기에 개편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문제점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교육과정과 수능이 엇박자를 내는 것은 1994년 수능시험이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이진석 실장은 "새 교육과정 적용을 1년 늦추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교육과정이 '주'(主), 수능 개편이 '종'(從)이므로 교육과정을 연기하는 게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해 (대입 개선에 대한) 합리적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