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북한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북핵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아직까지 여파를 예단할 순 없지만 면밀히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 가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대내외 여건 변화를 보면 경제 성장세를 부추길 만한 요인이 있지만 실물 경제를 위축시킬 내용도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 강화와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확정 등은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사드 갈등, 북핵 문제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경기 회복을 제한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경기 개선세가 지속되겠지만, 상황에 따라 대외 변수가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유입되던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이 8월 들어 순유출로 바뀌었다"며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가격변동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선 "부동산 시장 침체를 걱정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 총재는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영향을 점검해 보면 투기과열지구를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였다"면서도 "부동산 시장 침체를 겪은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위기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의 가계부채의 수준은 심각하다고 봤다. 이 총재는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90% 넘었다"며 "다른나라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높아 위험한 수준"이라며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장기간 지속하면 금융 불안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가계부채를 급격히 줄일 경우 실물경제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며 "가계부채 대책은 단기적으로 추구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음달 발표하는 정부 대책에 대해 기대를 거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정부가 다음달에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면 금융안정 리스크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지난해 6월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14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채선희/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