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의 교육라운지] 수능 혼란 사과 대신 '감사'하다는 김상곤 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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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1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개편이 ‘1년 유예’로 일단락 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직접 발표했다. 그동안의 논란에는 “안타깝다”고 했고 앞으로의 대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정작 ‘사과’는 없었다. 교육부가 두 가지 시안을 내놓은 뒤 이날 발표까지 3주간 수능 개편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전 과목 절대평가를 더 강화하자는 의견부터 상대평가로 돌아가자는 의견까지, 극과 극의 입장이 분출했다. 쟁점마다 격론이 벌어졌고 학생과 학부모 혼란은 커졌다.
그러나 “이 같은 혼란을 빚은 데 대해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 부총리는 “수능 개편에 많은 의견을 내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다소 생뚱맞은 답변을 내놓았다.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당초 교육부는 제시한 두 가지 시안 중 하나로 택하겠다고 했다. 여론이 요동쳤다. 쏟아진 목소리는 ‘의견’이라기보다는 ‘반발’과 ‘비판’ 쪽이었다. 불완전한 안을 내놓고, 짧은 시간 안에, 양자택일 하라니. 다름 아닌 교육부가 만들어놓은 틀 속에서 논란은 확대 재생산됐다.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사실 수능 개편 공정 대부분은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됐다. 행정일관성과 대입안정성 차원에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발맞춰, 3년 대입예고제에 따라… 여러 이유로 단기간에 결정해야 하는 속사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벌어진 혼란에는 ‘김상곤 교육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논란의 주체로서 책임 있는 사과가 필요했다.
나아가 김 부총리는 “새 정부의 교육부는 ‘불통의 교육부’가 아니라 ‘소통의 교육부’로 거듭나기 위해 국민 여러분 목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1년 유예 결론을 소통의 결과로 풀이한 것이다. 스스로에 점수를 후하게 준 평가로 느껴졌다.
그의 말대로 두 가지 시안 중 하나로 정해 강행했다면 더 큰 혼란이 벌어졌을 수 있다. 다만 혼란을 빚은 데 대해 책임 부처 수장으로서 우선 사과하고, 이전 정부와의 연속성이라는 한계를 인정한 뒤, 소통하며 대안을 만들어가겠다고, 차근차근 설명했다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훨씬 줄었을 터이다.
당장 내년부터 혼란이 불가피하다. 개정 교육과정과 수능 개편이 ‘엇박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업 따로, 수능 따로’의 과도기를 만든 절반의 책임이 지난 정권이 아닌 현 정권의 교육부에 있음도 엄연한 사실이다.
교실에선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을 배우는데 수능은 치지 않는다. 이 간극은 학교 수업을 파행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교육과정과 평가의 불일치로 수업(통합사회·통합과학)은 수업대로 듣고 수능(사회·과학탐구)은 수능대로 준비하게 됐다.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어차피 고교 이수단위 총량이 정해져 있어 학습 부담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교육부 설명은 학생·교사의 체감도와 너무 간극이 멀다. 진정 ‘소통의 교육부’가 되겠다면 이런 현장 우려부터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정작 ‘사과’는 없었다. 교육부가 두 가지 시안을 내놓은 뒤 이날 발표까지 3주간 수능 개편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전 과목 절대평가를 더 강화하자는 의견부터 상대평가로 돌아가자는 의견까지, 극과 극의 입장이 분출했다. 쟁점마다 격론이 벌어졌고 학생과 학부모 혼란은 커졌다.
그러나 “이 같은 혼란을 빚은 데 대해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 부총리는 “수능 개편에 많은 의견을 내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다소 생뚱맞은 답변을 내놓았다.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당초 교육부는 제시한 두 가지 시안 중 하나로 택하겠다고 했다. 여론이 요동쳤다. 쏟아진 목소리는 ‘의견’이라기보다는 ‘반발’과 ‘비판’ 쪽이었다. 불완전한 안을 내놓고, 짧은 시간 안에, 양자택일 하라니. 다름 아닌 교육부가 만들어놓은 틀 속에서 논란은 확대 재생산됐다.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사실 수능 개편 공정 대부분은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됐다. 행정일관성과 대입안정성 차원에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발맞춰, 3년 대입예고제에 따라… 여러 이유로 단기간에 결정해야 하는 속사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벌어진 혼란에는 ‘김상곤 교육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논란의 주체로서 책임 있는 사과가 필요했다.
나아가 김 부총리는 “새 정부의 교육부는 ‘불통의 교육부’가 아니라 ‘소통의 교육부’로 거듭나기 위해 국민 여러분 목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1년 유예 결론을 소통의 결과로 풀이한 것이다. 스스로에 점수를 후하게 준 평가로 느껴졌다.
그의 말대로 두 가지 시안 중 하나로 정해 강행했다면 더 큰 혼란이 벌어졌을 수 있다. 다만 혼란을 빚은 데 대해 책임 부처 수장으로서 우선 사과하고, 이전 정부와의 연속성이라는 한계를 인정한 뒤, 소통하며 대안을 만들어가겠다고, 차근차근 설명했다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훨씬 줄었을 터이다.
당장 내년부터 혼란이 불가피하다. 개정 교육과정과 수능 개편이 ‘엇박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업 따로, 수능 따로’의 과도기를 만든 절반의 책임이 지난 정권이 아닌 현 정권의 교육부에 있음도 엄연한 사실이다.
교실에선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을 배우는데 수능은 치지 않는다. 이 간극은 학교 수업을 파행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교육과정과 평가의 불일치로 수업(통합사회·통합과학)은 수업대로 듣고 수능(사회·과학탐구)은 수능대로 준비하게 됐다.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어차피 고교 이수단위 총량이 정해져 있어 학습 부담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교육부 설명은 학생·교사의 체감도와 너무 간극이 멀다. 진정 ‘소통의 교육부’가 되겠다면 이런 현장 우려부터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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