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혜훈 대신 주호영으로 변경
'깨끗한 개혁보수' 상처…"'이혜훈 흔들기' 의혹 제기" 주장도


진정한 보수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야심 차게 출발한 이혜훈호(號)의 바른정당이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으로의 '통합흡수설', 국민의당과의 연대 등 안 그래도 당의 자력 존립기반을 흔드는 이슈로 당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당의 간판인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까지 불거지자 당원들은 말 그대로 '패닉' 분위기 그 자체다.

바른정당은 1일 저녁 주호영 원내대표 주재로 의원 전체 만찬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날 오후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당초 이혜훈 대표가 만찬을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주재자가 갑작스럽게 주 원내대표로 바뀌었다가 아예 만찬 자체가 취소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31일) 만나기도 했고, 참석자도 저조해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당내 분위기가 그만큼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당분간 초대형 악재로 부상한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과 더불어 최근 거론되는 한국당·국민의당과의 통합 내지 연대론 등으로 몸살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품수수 의혹 제기 자체만으로도 이 대표의 리더십에 생채기가 난 만큼 앞으로 그의 거취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만약 거취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경우 당은 찬반양론으로 나뉘며 한 차례 큰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주 원내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 이 대표의 거취 관련 질문에 "상황의 진전에 따라서 이 대표가 결심할 상황이고, 당원들의 뜻이 모일 것으로 본다"고 말해 지금의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바른정당은 오는 7일로 예정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도 이 대표 대신 주 원내대표가 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혹스러움은 감추지 못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돈을 줬다는 사람의 말에도 신빙성이 없다.

현재로서는 이러쿵저러쿵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한 중진 의원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향후 당에 미칠 파장을 예단하기는 힘들다"며 "이 대표 체제도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당 내분 조짐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흠집 내기 위해 누군가 금품수수 의혹을 고의로 들고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 자강론자인 이 대표 체제를 달가워하지 않은 세력들이 당 안팎에서 '이혜훈 흔들기'에 나섰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당 안팎에서 '기획의 냄새가 난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품수수 의혹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 낄낄대는 사람도 있다"며 "비정상적 의혹 제기에 엉뚱한 사람만 상처받고 난 뒤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문화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품수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 대표를 둘러싼 논란 자체가 '깨끗한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당 관계자는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보수개혁론이 암초를 만났다.

당의 존립이 중요한 이 시기에 왜 하필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졌는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일로 자강론을 앞세우는 이 대표 체제의 힘이 빠지면, 한국당이나 국민의당과의 통합연대 논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당내에선 이 대표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고 자강론이 한풀 꺾일 수는 있어도 한국당·국민의당 등과의 통합연대 논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의원은 "타당과의 통합연대는 (의혹과) 별개의 문제"라며 "특히 한국당과의 통합은 친박(친박근혜) 청산 등 통합의 환경이 마련돼야 가능한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