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드라이빙센터에서는 BMW 차량을 타고 트랙은 물론 각종 코스에서 안전운전에 도움을 주는 주행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차량 성능에 따라 직선주로에서 시속 200㎞ 이상으로도 달릴 수 있다. BMW코리아  제공
BMW 드라이빙센터에서는 BMW 차량을 타고 트랙은 물론 각종 코스에서 안전운전에 도움을 주는 주행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차량 성능에 따라 직선주로에서 시속 200㎞ 이상으로도 달릴 수 있다. BMW코리아 제공
개장 3주년을 맞은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의 누적 방문객이 지난달 50만 명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7만 명 이상이 드라이빙 체험을 즐겼다.

BMW 드라이빙센터를 직접 찾아 ‘인텐시브 프로그램’을 이용해봤다. 초급 프로그램인 ‘어드밴스트 프로그램’을 수료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고급 프로그램이다. 이용요금은 80만원. 오전 9시에 시작된 교육은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이론 교육과 점심시간을 빼면 5시간 이상을 운전대 앞에서 보냈다. 차량 내 에어컨을 세게 틀어도 등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긴 교육시간을 함께한 이용석 인스트럭터가 말했다. “몸이 힘들고 체력적으로도 피곤하죠? 그렇기 때문에 모터 ‘스포츠’인 겁니다.”

◆트랙에서 차의 한계를 경험하다

180도에 가까운 코너 끝자락에 다다르자 BMW 드라이빙센터 트랙에서 가장 긴 직선주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선은 트랙 가장자리 연석 옆에 세워둔 흰색 러버콘(고무 재질의 원뿔)을 향했다. 코너를 가장 빠르게 공략하기 위한 가상 지름길을 표시해 둔 것이다. 왼쪽 앞바퀴가 연석을 타고 왼쪽 헤드범퍼가 러버콘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있는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았다.

650m의 직선주로에서 400m 지점을 지날 때 속도계 바늘은 시속 165㎞를 가리켰다. 250마력의 BMW 330i로 그 이상의 속도를 내기엔 출력과 직선주로 길이가 부족했다. ‘200’이라고 쓴 커다란 흰색 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음 코너 진입까지 200m 남았다는 뜻이다. 여기서부터는 속도를 줄여야만 했다. 충분히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코너에 진입하면 원심력으로 차는 트랙 바깥으로 튕겨 나가게 된다. 트랙을 달린 지 1시간이 넘었을 때였다. 함께 교육을 받던 운전자 여섯 명 중 한 명이 컨디션 문제로 트랙을 잠시 떠났다. 멀미 때문이라고 했다. 트랙에선 운전대를 직접 잡은 운전자도 멀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급제동을 연습할 수 있는 ‘멀티플코스’.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밟는 ‘풀브레이킹’을 해볼 수 있다. BMW코리아  제공
급제동을 연습할 수 있는 ‘멀티플코스’.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밟는 ‘풀브레이킹’을 해볼 수 있다. BMW코리아 제공
◆9시간에 달하는 집중 훈련

인텐시브 프로그램은 교육 시간만 540분이다. 어드밴스트 프로그램이 일상 주행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기본기를 가르쳐준다면 인텐시브 프로그램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더 잘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가령 어드밴스트 프로그램에서 무리하게 가속했을 때 뒷바퀴가 마찰력(그립)을 잃고 미끄러지는 상황에 대해 대처법을 배운다면, 여기서는 차량이 미끄러지려는 방향과 반대로 스티어링휠을 돌리며 코너를 더 빠르게 빠져나가는 기술을 연습할 수 있다.

트랙 위를 마음껏 달려보기 위해 찾아온 인텐시브 프로그램이었지만 트랙을 내달리기까지는 4시간여에 이르는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달리기에 앞서 ‘멀티플 코스’와 ‘다이내믹 코스’ ‘원형 코스’ 등에서 급정거, 급차선 변경 등 기본기를 닦아야 한다. 인스트럭터는 계속해서 강조했다. “여러분 모두가 마스터하기 전까지는 다음 코스는 없습니다.”

◆주행 코스는 긴장의 연속

트랙에는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입성’할 수 있었다. 인스트럭터가 모는 차량을 포함해 총 일곱 대의 BMW가 트랙 위를 내달렸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리고 점점 더 빠르게. 순번에 따라 두 번씩은 인스트럭터의 차를 바로 뒤에서 쫓는 기회를 얻는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 중 하나였다. 가장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최적 주행 경로(레이스 라인)를 그리며 달리는 인스트럭터의 차량을 부리나케 쫓았다. 조금만 경로에서 벗어나도 선두 차량이 멀찌감치 사라졌다.

트랙을 달린 뒤엔 마른 노면 위에서 러버콘을 피해 다양한 코스를 통과하는 ‘짐카나’ 미션을 수행했다. 측정 장비를 놓고 주행 기록을 계속해서 공개해 프로그램 참가자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도했다. 기록을 의식해 조금만 무리하면 코스를 벗어나며 기록이 나빠지거나 러버콘을 차로 치거나 받아 감점을 받았다.

교육을 이수한 뒤 소정의 이론 교육을 추가로 받으면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가 인정하는 추천서도 받을 수 있다. 이 추천서를 가지고 KARA에 신청하면 국내 C급 드라이빙 라이선스를 획득하게 된다. 교육프로그램이 그만큼 공신력 있다는 얘기다.

◆브레이크만 제대로 밟아도 ‘안전’

BMW 드라이빙센터는 더 빠르게 달리는 법만 배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초보운전자도 배워갈 것이 많다. 가장 가벼운 교육과정인 챌린지 프로그램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든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밟는 ‘풀브레이킹’이다. 간단한 것 같지만 일상 운전에서는 좀처럼 겪어볼 일이 없다. 운전자 대부분이 풀브레이킹이라고 생각하며 브레이크를 밟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세게 밟아야 한다. 브레이킹만 잘해도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일반 도로에서 과속을 일삼는 운전자도 안전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첨단 안전장치 덕분에 요즘엔 차량이 잘 미끄러지지 않지만 안전장치를 끄고 달려보면 손쉽게 미끄러진다. 특히 젖은 노면 위에서 그렇다. “많은 분이 센터를 방문하는 날 날씨가 좋길 바랍니다. 마른 노면에서 트랙을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은 궂은 날씨일수록 더 많은 걸 배워갈 수 있습니다.” 이용석 인스트럭터의 말이다.

인천=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