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선단장 없는 삼성… 답답하고 두렵고 참담"
“선단장 없이 일개 선장이 큰 바다에 나와 있습니다. 선단이 언제 가라앉을지 몰라 답답하고 두렵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사장·사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로 인한 위기감을 이같이 털어놨다.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불안감이 훨씬 크다고 거듭 호소했다.

윤 사장은 8월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가전전시회(IFA) 개막을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그룹을 대규모 선단, 이 부회장을 선단장, 자신을 선장에 비유하며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그는 반도체사업을 이끄는 권오현 부회장,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신종균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윤 사장은 “현재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에는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새로운 기술이 매일 쏟아져나오고 있어 사업 구조 재편과 인수합병(M&A)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삼성전자의 개별 사업을 담당하는 경영자들이 이런 입체적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IT업계의 변화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톱 수준의 함대라도 침몰하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그 불안감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해외 대형 AI업체를 인수하려던 시도가 막판에 무산된 사례도 소개했다. 윤 사장은 “M&A는 기회가 오면 즉각 결행해야 하는데 경영 공백으로 제때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베를린=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