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불법전매 90% 알선 '큰손' 검거… '떴다방'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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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능범죄수사대 2년여 수사
불법전매 핵심인 공증서류 90% 담당하던 브로커 체포
분양권 중개시장 순식간 '마비'
단속 강화에도 '신종 수법' 등장
거래사실확인서·위임장 등으로 공증인증 없이도 전매 입소문
일부선 "매수자 눈속임" 지적도
불법전매 핵심인 공증서류 90% 담당하던 브로커 체포
분양권 중개시장 순식간 '마비'
단속 강화에도 '신종 수법' 등장
거래사실확인서·위임장 등으로 공증인증 없이도 전매 입소문
일부선 "매수자 눈속임" 지적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 자리잡은 ‘인천더샵스카이타워’ 모델하우스. 당첨자 발표일인 지난달 31일 밤 12시가 됐지만 분양권을 사고파는 ‘떴다방’은커녕 개미 한 마리도 없었다. 떴다방은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대기하다 당첨된 사람에게 전매가 금지된 분양권을 불법으로 사들이는 부동산 업자다. 모델하우스가 문을 연 지난달 18일 100여 명을 웃도는 떴다방이 나타나 청약통장 매집에 나선 것과는 상반되는 풍경이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 시장이 얼어붙었다. 서울 강남에서 활동하는 한 전매업자는 분양권을 문의한 기자에게 “(전매제한) 1년짜리 아파트 분양권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너무 위험해서 팔려는 업자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전매제한이 없는 상가 분양권을 사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아파트 분양권시장이 활황을 보인 최근 3~4년간 활개를 치던 분양권 불법전매업자가 일순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매 핵심인 ‘공증서류’ 노린 경찰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공증서류 브로커 장모씨(55)를 구속했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아울러 부동산 알선업자·매도자 등 불법 전매업자(떴다방) 60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중개업자 2000여 명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장씨는 2013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서울 강남권(내곡·마곡·세곡·수서)에서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에 변호사를 통해 공증서류를 만든 뒤 분양권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3억5000만원을 챙겼다.
경찰이 분양권 불법전매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2015년 1월. 하지만 청약통장을 사들이는 떴다방 업자 위주의 수사는 단발성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경찰이 지난해 12월부터 주목한 이가 불법전매 계약 시 공증증서를 알선하던 장씨다. 분양권 불법전매에서 공증증서는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떴다방을 통해 이뤄지는 분양권 불법전매에서 공증증서가 없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불법전매 거래자들이 몰려드는 ‘핵심창구’를 쳐서 이들을 일망타진한다는 전략이었다.
◆공증 ‘큰손’ 잡히자 씨마른 ‘떴다방’
분양권 불법전매에서 분양권을 사는 사람(매수자)이 가장 불안해하는 점은 전매제한 기간이 지난 뒤 분양권 당첨자가 아파트 명의를 이전해주지 않을 위험성이다. 매수자가 전매제한 기간에 아파트 계약금, 발코니 확장금 등을 부담했는데도 정작 전매제한이 풀린 뒤 당첨자가 태도를 바꿔 명의 변경을 해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거래자들의 이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변호사를 동원한 공증을 활용했다. 공증증서에는 당첨자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받은 계약금과 웃돈의 2~3배를 물어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 관계자는 “설사 불법전매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공증받은 특약을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이 같은 내용의 공증증서 2687건을 법무법인 세 곳에 몰아줬다. 변호사들이 받는 공증수입의 40%는 리베이트로 장씨의 주머니에 들어갔다. 경찰은 법무부에 이들 법무법인의 공증인가 취소를 요청한 상태다. 다만 공증인 처벌 조항이 없어 범행에 가담한 변호사들에 대한 형사 처분은 어렵다.
수도권 분양권을 취급하던 전직 전매업자는 “장씨 구속이 부동산 투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분양권 불법전매 대부분은 장씨 공증증서를 통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실제 장씨의 구속이 가지고 온 파장은 컸다. 그가 알선해 준 공증증서만 믿고 빚을 진 채 분양권을 사들였다가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중개업자 두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당첨자 발표를 한 아파트 분양권을 판매하려던 업자는 “공증서류를 알아봐주던 사람이 잡혀버려 당분간은 지켜볼 생각”이라며 “개인 신뢰 관계만으로 분양권을 사달라고 할 순 없지 않으냐”고 털어놨다.
◆“단속 피할 수 있다”… 신종 수법 등장
경찰이 단속을 강화할수록 이를 피하려는 수법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을 판매한다는 한 업자는 ‘분양권을 사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 “이달 8일 당첨자가 발표되는 경기 성남시 ‘산성역 포레스티아’의 분양권을 곧 매입할 계획”이라며 “물건을 확보하는 대로 연락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공증 없이 거래사실확인서, 매도물권리포기각서, 위임장 등만 있으면 안심할 수 있다”며 “이들 서류는 아직까지 정부 단속 대상에 속하지 않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1순위 청약 접수가 이뤄진 이 아파트는 수도권 민간택지 물량이어서 계약 후 1년6개월간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
업자는 또 전매제한기간이 풀렸을 때 명의 이전을 받기 위해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 서류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공증서류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경찰의 단속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 “입소문을 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양권 문의는 계속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법은 ‘큰 효과 없는 꼼수’라는 반응도 있다. 다른 업자는 “그러한 서류를 갖추더라도 공증보다 법적 효력이 있기는 힘들다”며 “매수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눈속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2000명 이상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수법에 대한 첩보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아파트 분양권 전매 시장이 얼어붙었다. 서울 강남에서 활동하는 한 전매업자는 분양권을 문의한 기자에게 “(전매제한) 1년짜리 아파트 분양권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너무 위험해서 팔려는 업자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전매제한이 없는 상가 분양권을 사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아파트 분양권시장이 활황을 보인 최근 3~4년간 활개를 치던 분양권 불법전매업자가 일순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매 핵심인 ‘공증서류’ 노린 경찰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공증서류 브로커 장모씨(55)를 구속했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아울러 부동산 알선업자·매도자 등 불법 전매업자(떴다방) 60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중개업자 2000여 명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장씨는 2013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서울 강남권(내곡·마곡·세곡·수서)에서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에 변호사를 통해 공증서류를 만든 뒤 분양권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3억5000만원을 챙겼다.
경찰이 분양권 불법전매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2015년 1월. 하지만 청약통장을 사들이는 떴다방 업자 위주의 수사는 단발성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경찰이 지난해 12월부터 주목한 이가 불법전매 계약 시 공증증서를 알선하던 장씨다. 분양권 불법전매에서 공증증서는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떴다방을 통해 이뤄지는 분양권 불법전매에서 공증증서가 없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불법전매 거래자들이 몰려드는 ‘핵심창구’를 쳐서 이들을 일망타진한다는 전략이었다.
◆공증 ‘큰손’ 잡히자 씨마른 ‘떴다방’
분양권 불법전매에서 분양권을 사는 사람(매수자)이 가장 불안해하는 점은 전매제한 기간이 지난 뒤 분양권 당첨자가 아파트 명의를 이전해주지 않을 위험성이다. 매수자가 전매제한 기간에 아파트 계약금, 발코니 확장금 등을 부담했는데도 정작 전매제한이 풀린 뒤 당첨자가 태도를 바꿔 명의 변경을 해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거래자들의 이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변호사를 동원한 공증을 활용했다. 공증증서에는 당첨자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받은 계약금과 웃돈의 2~3배를 물어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 관계자는 “설사 불법전매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공증받은 특약을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이 같은 내용의 공증증서 2687건을 법무법인 세 곳에 몰아줬다. 변호사들이 받는 공증수입의 40%는 리베이트로 장씨의 주머니에 들어갔다. 경찰은 법무부에 이들 법무법인의 공증인가 취소를 요청한 상태다. 다만 공증인 처벌 조항이 없어 범행에 가담한 변호사들에 대한 형사 처분은 어렵다.
수도권 분양권을 취급하던 전직 전매업자는 “장씨 구속이 부동산 투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분양권 불법전매 대부분은 장씨 공증증서를 통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실제 장씨의 구속이 가지고 온 파장은 컸다. 그가 알선해 준 공증증서만 믿고 빚을 진 채 분양권을 사들였다가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중개업자 두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당첨자 발표를 한 아파트 분양권을 판매하려던 업자는 “공증서류를 알아봐주던 사람이 잡혀버려 당분간은 지켜볼 생각”이라며 “개인 신뢰 관계만으로 분양권을 사달라고 할 순 없지 않으냐”고 털어놨다.
◆“단속 피할 수 있다”… 신종 수법 등장
경찰이 단속을 강화할수록 이를 피하려는 수법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을 판매한다는 한 업자는 ‘분양권을 사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 “이달 8일 당첨자가 발표되는 경기 성남시 ‘산성역 포레스티아’의 분양권을 곧 매입할 계획”이라며 “물건을 확보하는 대로 연락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공증 없이 거래사실확인서, 매도물권리포기각서, 위임장 등만 있으면 안심할 수 있다”며 “이들 서류는 아직까지 정부 단속 대상에 속하지 않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1순위 청약 접수가 이뤄진 이 아파트는 수도권 민간택지 물량이어서 계약 후 1년6개월간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
업자는 또 전매제한기간이 풀렸을 때 명의 이전을 받기 위해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 서류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공증서류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경찰의 단속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 “입소문을 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양권 문의는 계속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법은 ‘큰 효과 없는 꼼수’라는 반응도 있다. 다른 업자는 “그러한 서류를 갖추더라도 공증보다 법적 효력이 있기는 힘들다”며 “매수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눈속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2000명 이상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수법에 대한 첩보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