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전국 도로의 교통량과 신호등·건널목 수를 파악한 뒤 도로별 자율주행 난이도를 올해 안에 내놓기로 했다. 도요타 등이 추진하는 자율주행차 실용화를 돕기 위해 선제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정부가 자율주행차의 주행 환경을 지표화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고 할 만큼 일본 정부의 지원은 적극적이다. 자율주행차, 로봇, 바이오·소재 등의 분야에서 관련기업 간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일본 정부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앞서 뛰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노사 갈등에 발목이 잡혀 있는 한국 자동차 회사들엔 꿈같은 얘기다. 일본은 노사 협력에서도 크게 앞서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2~2016년 일본 자동차업체의 연평균 임금협상 기간은 3일에 불과했고, 임금인상 폭도 1.8~3% 수준에 그쳤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같은 기간 연평균 53.5일을 노조와 임금협상하는 데 소모했다. 평균 임금인상률도 5.84%로 일본의 두 배에 육박했다.

현대자동차에선 두 달 넘게 임금·단체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기아자동차는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해 3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해졌다. 두 회사 모두 사드 보복 영향으로 중국 판매가 급감한 판에 노조원들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한국GM도 아직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출범 4개월이 다 돼가는 문재인 정부가 아직 자율주행차와 AI, IoT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에 필요한 도로표지판 정비를 어디에다 요청해야 할지도 불분명하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시장경쟁에서 뒤처진 자동차 공장들이 사라지면서 일자리 5만 개를 잃은 호주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전체 제조업 생산의 13.6%, 고용의 11.8%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