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돌아간 '도시바 메모리' 매각… 플랜B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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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촉박한데 협상만 되풀이…일본선 '매각 중단' 가능성 제기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사업 자회사인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도시바의 오랜 사업 파트너 미국 웨스턴 디지털(WD) 쪽으로 협상의 추가 기우는 듯했으나, 지난달 31일 도시바가 "잠재적 인수자인 3개 컨소시엄과 협상을 계속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3개 컨소시엄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과 WD가 들어간 신(新)미일 연합,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진영을 말한다.
도시바는 6월 말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는데 약 두달 만에 다시 그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2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 매각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도시바가 불과 두달 새 수차례 태도를 바꾸면서 딜의 향방이 예측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초 도시바가 6월 말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명할 때까지만 해도 매각 계약이 곧 체결될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내 잡음이 불거져 나왔다.
SK하이닉스가 자금의 일부를 전환사채(CB)로 출자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주가 되겠다고 하자 도시바가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다.
도시바의 파트너인 WD가 자신들에게 도시바 메모리를 우선 매입할 권리가 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고등법원에 매각중지가처분 신청을 낸 것도 협상의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계약의 불확실성을 우려한 베인캐피털 등이 이 문제의 해결을 계약의 선결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그러는 사이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놔두고 당초 인수전에 참여했던 경쟁자들인 WD, 훙하이 등과도 협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 말에는 도시바가 WD가 포함된 신미일 연합에게 독점 협상권을 주기로 했고, 지분 투자율에 대한 합의까지 마무리돼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정작 도시바는 지난달 31일 인수 후보 3곳 모두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도시바가 WD로 귀결되는 듯했던 이번 딜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은 것은 막판에 한미일 연합에 애플이, 훙하이에 소프트뱅크가 각각 새로 합류하면서 변수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애플이 도시바의 투자자가 될 경우 도시바와 애플 간 거래 관계는 종전보다 한층 견고해지게 된다.
애플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는 고객사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3천억엔(약 3조1천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훙하이 진영에 합류한 소프트뱅크의 경우 일본 회사란 점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바가 수차례 입장을 번복하면서 협상의 향방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일본 언론에서는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매각이 아닌 다른 길을 갈 가능성도 언급된다.
도시바 내부에서는 난항을 겪는 매각 협상을 중단하고 도시바 메모리를 상장(IPO)해 자금을 조달하는 '플랜B'도 검토됐다는 게 일본 언론의 보도다.
다만 이 방안은 도시바 채권단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 있다.
은행들로선 이 경우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떠안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이 이미 실기했고, 따라서 플랜B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현지에서는 나온다.
매각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세계 각국 독점규제 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매각이 마무리되는데 이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미 데드라인을 넘었다는 것이다.
도시바는 2017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도시바 메모리 매각 대금을 받아 원자력발전 사업에서 생긴 거액의 손실을 메워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게 일본 언론의 보도다.
문제는 그런 와중에도 도시바가 매각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협상 파트너와 집요하게 매각 조건을 두고 협상을 되풀이할 뿐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이다.
이는 애초부터 알짜 사업으로 꼽히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가 원전 사업부의 부실 탓에 억지로 매물로 나왔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메모리 매각 과정을 보면 상식을 뛰어넘는 반전의 연속이라 이제는 설령 매각 자체를 백지화한다 해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사업 자회사인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도시바의 오랜 사업 파트너 미국 웨스턴 디지털(WD) 쪽으로 협상의 추가 기우는 듯했으나, 지난달 31일 도시바가 "잠재적 인수자인 3개 컨소시엄과 협상을 계속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3개 컨소시엄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과 WD가 들어간 신(新)미일 연합,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진영을 말한다.
도시바는 6월 말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는데 약 두달 만에 다시 그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2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 매각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도시바가 불과 두달 새 수차례 태도를 바꾸면서 딜의 향방이 예측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초 도시바가 6월 말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명할 때까지만 해도 매각 계약이 곧 체결될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내 잡음이 불거져 나왔다.
SK하이닉스가 자금의 일부를 전환사채(CB)로 출자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주가 되겠다고 하자 도시바가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다.
도시바의 파트너인 WD가 자신들에게 도시바 메모리를 우선 매입할 권리가 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고등법원에 매각중지가처분 신청을 낸 것도 협상의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계약의 불확실성을 우려한 베인캐피털 등이 이 문제의 해결을 계약의 선결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그러는 사이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놔두고 당초 인수전에 참여했던 경쟁자들인 WD, 훙하이 등과도 협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 말에는 도시바가 WD가 포함된 신미일 연합에게 독점 협상권을 주기로 했고, 지분 투자율에 대한 합의까지 마무리돼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정작 도시바는 지난달 31일 인수 후보 3곳 모두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도시바가 WD로 귀결되는 듯했던 이번 딜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은 것은 막판에 한미일 연합에 애플이, 훙하이에 소프트뱅크가 각각 새로 합류하면서 변수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애플이 도시바의 투자자가 될 경우 도시바와 애플 간 거래 관계는 종전보다 한층 견고해지게 된다.
애플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는 고객사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3천억엔(약 3조1천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훙하이 진영에 합류한 소프트뱅크의 경우 일본 회사란 점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바가 수차례 입장을 번복하면서 협상의 향방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일본 언론에서는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매각이 아닌 다른 길을 갈 가능성도 언급된다.
도시바 내부에서는 난항을 겪는 매각 협상을 중단하고 도시바 메모리를 상장(IPO)해 자금을 조달하는 '플랜B'도 검토됐다는 게 일본 언론의 보도다.
다만 이 방안은 도시바 채권단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 있다.
은행들로선 이 경우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떠안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이 이미 실기했고, 따라서 플랜B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현지에서는 나온다.
매각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세계 각국 독점규제 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매각이 마무리되는데 이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미 데드라인을 넘었다는 것이다.
도시바는 2017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도시바 메모리 매각 대금을 받아 원자력발전 사업에서 생긴 거액의 손실을 메워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게 일본 언론의 보도다.
문제는 그런 와중에도 도시바가 매각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협상 파트너와 집요하게 매각 조건을 두고 협상을 되풀이할 뿐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이다.
이는 애초부터 알짜 사업으로 꼽히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가 원전 사업부의 부실 탓에 억지로 매물로 나왔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메모리 매각 과정을 보면 상식을 뛰어넘는 반전의 연속이라 이제는 설령 매각 자체를 백지화한다 해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