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주말에도 썰렁…"긴 연휴, 장사 더 안될까 걱정"
상인 "손해 감수하고 판다"…소비자 "작년보다 음식 수 줄이겠다"


"골라서 사면 4천 원, 아무거나 가져가면 3통에 1만 원에 팔아요."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재래시장 입구에서 채소를 팔던 노점상인은 쌈이나 겉절이 용도로 쓰는 작은 크기의 '알배기 배추' 가격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이 상인은 "배추뿐만 아니라 무나 호박 등 채소류 대부분이 폭우와 폭염 탓에 품질이 안 좋은데도 물량이 적어 가격은 오히려 많이 뛰다 보니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장사하는 입장에서 하나라도 더 파는 게 그나마 낫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물가 비상] "폭우로 채소품질 안 좋은데 가격 급등, 아무도 안 사요"
실제로 이날 기자가 찾은 시장에는 주말 휴일임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자신의 점포 앞을 지나가는 사람마다 말을 걸며 '뭐가 필요하냐', '마트보다 싸게 주겠다'고 하는 등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호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나마 몇 안 되는 손님들도 가격만 묻곤 이내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장을 보러 나왔다는 신 모(45·여) 씨는 "애호박이 한 개에 3천500원이라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며 "파는 사람도 민망한지 가격을 묻자마자 '아주 많이 올랐다'는 소리부터 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1일 기준 애호박의 평년 소매가격은 1개당 1천470원이었다.

평년 대비 140%나 뛴 가격이다.

계란 판매상들은 매대에 '식용란 살충제 검사결과 적합 판정을 받아 안전하다'는 안내문을 크게 붙여놨지만, 마찬가지로 구매하는 손님은 드물었다.

상인 이 모(49) 씨는 "가격이 많이 뛰었을 때는 비싸단 이유로 잘 안 팔렸고, 살충제 계란 파동이 난 이후 값이 많이 내려가 판매가 반짝 늘어나는가 싶었는데, 예전만큼 잘 팔리진 않는다"며 "아무래도 살충제 파동 때문에 손님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시장에서는 특란이 한판(30개)에 5천원 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추석물가 비상] "폭우로 채소품질 안 좋은데 가격 급등, 아무도 안 사요"
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곧 다가오는 추석이 더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과일 점포를 운영하는 유 모(62) 씨는 "과일은 채소와 달리 올해 사과나 배 등 주요 품목 가격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진 편인데도 잘 안 팔린다"며 "손님들이 전반적으로 지갑을 잘 열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는 "대형마트야 물량 공세가 가능하니 할인행사나 선물세트 판매 행사를 하지만 우리 같은 시장 상인들은 명절 대목에 많이 그저 파는 것밖에는 없다"며 "가뜩이나 청탁금지법에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한 데 연휴가 길어서 더 장사가 안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주부 김 모(54) 씨는 "명절 직전 성수품 가격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이렇게 비싼데 더 가격이 뛴다고 생각하니 장보기가 벌써 겁난다"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작년 명절보다 음식 가짓수를 줄이거나 아예 간소화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물가 비상] "폭우로 채소품질 안 좋은데 가격 급등, 아무도 안 사요"
(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