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정부가 우량 기업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춘 영향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절세를 목적으로 사업 거점을 옮긴 결과 전체적인 법인세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낮은 법인세율을 무기로 우량 기업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가열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하던 미국·일본 등에서도 법인세율을 내리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법인세율 인하 '세계대전'… 트럼프도 아베도 "지금보다 더 낮춰라"
◆‘낮은 법인세율’ 매력으로 기업 유혹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계 각국 상장기업이 낸 세금이 연결기준 세전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27.8%에서 2017년 초 24.6%로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시장조사업체 퀵팩트세트의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세계 상장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지출하는 법인세율은 최근 10년간 3%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세율이 1%포인트 하락하면 전체 세수는 990억달러(약 110조9000억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기업의 세금 부담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지표는 해당 국가가 정한 법인세율이지만 여러 나라에 사업 거점을 분산한 다국적 기업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법인세율에 차이가 있게 된다. 세전이익 대비 법인세 지출 비율이 보다 현실적인 지표라는 설명이다. 이 경우 본사가 속한 국가의 법인세율이 높더라도 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거점을 늘리면 전체 기업의 세율은 내려간다.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을 중심으로 지난 10년간 법인세 부담을 크게 낮춰온 것으로 분석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부담하는 ‘실질 법인세율’은 2016년 현재 15.0%로 10년간 16.1%포인트나 부담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적용되는 법인세율이 절반으로 감경되는 효과를 본 것이다.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등으로 유럽지역 본사를 옮긴 덕을 본 것이다. 아마존닷컴(-13.0%포인트)과 도요타자동차(-9.0%포인트) 인텔(-8.4%포인트) 등도 비슷한 조치로 큰 폭의 법인세 절감 효과를 봤다.

이처럼 기업의 법인세율이 낮아지는 것은 주요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 영향이 크다. 일본에선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집권한 이후 지속적으로 법인세율이 내려가 2016년 23.4%까지 떨어졌다. 최근 10년간 13.5%포인트 하락했다. 영국도 최근 10년간 법인세율이 11%포인트 떨어져 19% 선을 유지하고 있다.

경쟁적인 법인세율 인하는 일차적으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선 낮은 세율로 외국 기업을 유치해 전체 세수를 늘리려는 이유도 큰 몫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멕시코로 12.5%의 낮은 법인세율로 미국 등지에서 자동차 관련 생산업체가 다수 이전해 2015년까지 10년간 법인 세수를 네 배 가까이 늘리기도 했다. 아일랜드도 낮은 세율을 앞세워 유럽 각국의 금융회사와 글로벌 IT기업 본사를 유치해 2015년 69억유로(약 9조2000억원)라는 사상 최고 법인세수를 거뒀다.

◆법인세 인하경쟁 속도내는 미국·일본

각국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법인세율을 유지하는 국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법인세 인하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도화선’의 불은 미국이 붙이는 모양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주리주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의 법인세율이 지나치게 높고 세율 인하 외에 대안은 없다”며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한 대선공약이 ‘이상적 목표’임을 재확인했다. 집권 공화당 지도부도 세제 개혁의 초점이 되는 연방 법인세율을 현재 35% 수준에서 우선 20%대 초반으로 낮추는 방향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백악관도 “당장 15%까지 내리지 못해도 최소한 선진국 평균인 24% 선까진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거들고 있다.

일본에서도 법인세 추가 인하 목소리가 높다. 최근 10년간 법인세율이 10%포인트 넘게 떨어졌지만 법인세 실효세율이 여전히 30%에 육박해 주요 경쟁국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