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압박에 산업통상자원부가 3일 “한국 정부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 측과 열린 자세로 협의할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산업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참모진과 회의를 연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양국 공동위원회가 끝난 지 한 달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이 FTA 폐기 발언을 내놓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실제로 탈퇴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미 FTA 폐기 언급이 단순히 개정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압박하기 위해 한·미 FTA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미국에서 FTA 폐기 절차가 시작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한·미 FTA 폐기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국내법상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단독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의회 승인까지 거쳐 한·미 FTA 폐기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한국 측에 종료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한·미 FTA 협정문 제24조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협정은 서면 통보로부터 180일 뒤 자동 종료된다.

양국은 서면 통보일 후 30일 이내에 상대방에게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협의 요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