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 발표 후 급증하는 전세자금대출… 8월 한 달간 7000억 ↑
지난달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이 7000억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 규모는 9개월 만의 최대치다. ‘8·2 부동산대책’ 시행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 문턱이 높아진 만큼 ‘전세 업그레이드’에 나선 이들이 늘어난 결과란 분석이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34조5616억원이었다. 지난 7월 말(33조8516억원)에 비해 7100억원 늘었다. 전세자금 대출이 7000억원 넘게 늘어난 건 지난해 11월 말 이후 9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8634억원을 기록한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은 이후 지난 6월까지 7000억원 미만에 머물렀다.

은행업계에선 이 같은 추세가 8·2 대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기가 버거워진 데다 은행 등 금융권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인 8·2 대책으로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힘들어졌다. 이 여파로 내 집을 사는 대신 좀 더 비싼 전세를 구하려는 자금 수요가 늘었다는 게 은행업계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8·2 대책 이후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전셋집 쪽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올가을 이사철이 되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8·2 대책은 신용대출 증가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우리·신한·국민·KEB하나·농협은행)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93조9188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3899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8월(2조379억원) 이후 1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까다로운 주택담보대출 대신 신용대출을 통해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어서다.

연 최저 2.85%라는 파격적인 금리를 내걸고 지난 7월27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의 등장도 신용대출 증가에 ‘한몫’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