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습실에서 미리 본 현대무용 ‘BOW’(인사라는 뜻)의 한 대목이다. 전미숙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전미숙무용단이 오는 9~10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신작이다. 2014년 말레이시아 타리댄스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국내 무대에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영국 트리니티 라반 콘서바토리에서 초청 공연을 하고 지난해엔 세계적 무용 마켓인 독일 탄츠메세에서 공식 쇼케이스 작품으로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춤의 소재는 ‘인사’다. 한예종에 초빙교수로 온 외국 안무가들이 학생들의 인사를 받고 놀라는 것을 보며 춤의 모티브를 얻었다.
“학생들이 인사하거나 물건을 건네받을 때 고개와 허리를 숙이면서 깍듯하게 대하는 것에 많은 외국인이 경이로워하면서도 의아해하더군요. 사실 문화적으로 학습된 제스처인데 우리는 이미 이 문화에 젖어 있어 의식하지 못했던 거죠. 이방인의 시선에서 ‘낯설게 보기’를 해보니 인사가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후 인사라는 행위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를 춤으로 그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고개를 숙이거나 절하는 행위, 차 또는 술을 따르거나 받을 때 두 손을 공손히 모으는 동작, 잔을 비울 때 고개를 돌리는 태도 등을 추출해 춤으로 만들었다. 그는 “한국적 인사는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공경을 의미하지만 때로는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사적 행위이기도 하다”며 “행위의 사회적 코드와 행위자의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탐색하면서 관습적 행위에서 드러나는 인간관계의 이중성과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스크와 부채를 적극 활용했다. 전미숙은 “마스크를 쓴다는 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걸 의미한다”며 “인물이 몇 살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려서 관객이 상상할 여지를 넓혔다”고 했다. 펼치고 접으면서 표정을 감췄다 드러낼 수 있는 부채로도 상상과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미숙의 제자로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을 이끌고 있는 안무가이자 작곡가 김재덕이 BOW의 음악을 제작했다. 건반악기와 현악기, 타악기 소리에 전자음, 자신의 음성 등을 결합한 독특한 음악이 춤에 대한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인다. Mnet 춤 서바이벌 예능 ‘댄싱9’에서 많은 인기를 끈 안남근, 임샛별, 윤나라 등 무용수 10명이 출연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