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손해 우려·긴급한 필요성 소명 안 된다"…퀄컴, 공정위에 법정 다툼
공정위 "퀄컴, 휴대전화 제조사에 계약강요" 1조3천억 과징금 및 금지 명령


다국적 통신업체인 퀄컴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며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리자 퀄컴 측이 이에 반발해 정부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기각됐다.

서울고법 행정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4일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효력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청인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시정명령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소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장 시정명령을 중단할 필요는 없고 본안 소송에서 다퉈 결론을 내면 된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에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인 1조300억 원을 부과했다.

부당한 계약을 금지하는 시정명령도 함께 내렸다.

통신용 모뎀 칩세트와 통신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독점 기업인 퀄컴이 칩 공급을 볼모 삼아 삼성전자·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퀄컴은 이에 반발해 올해 2월 21일 서울고법에 과징금 결정 취소 소송과 함께 시정명령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퀄컴은 시정명령이 당장 집행되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호소했다.

공정위 처분이 옳은지 소송을 통해 다퉈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할 우려가 있으므로 본안 판결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취지였다.

반면 공정위 측은 퀄컴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이익을 얻었으므로 시정명령 때문에 영업 손실을 본다 해도 '손해'가 아니라고 맞섰다.

퀄컴이 영업을 계속하면 불법적인 이익을 용인하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