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증권 유화증권 등 중소형 알짜 증권사들이 조정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거래량이 적은 소외주로 분류되지만 속속 최근 1년 새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보유 건물과 현금 등 자산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국·유화증권, 조정장에도 최고가 "이유 있었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유화증권은 250원(1.49%) 오른 1만7050원에 거래를 마치며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최근 한 달(20거래일) 동안 3거래일을 제외하고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최근 1년 새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화증권이 1만7000원대로 올라선 건 2015년 4월13일 이후 처음이다.

부국증권 한양증권 등도 지난달 1년 새 최고가를 찍은 뒤 고점 재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현 주가는 각각 최고가를 1~3% 밑도는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지난 7월 1년 새 최고가를 찍은 뒤 주춤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조정을 받으면서 이들 증권사가 가진 알짜 자산이 부각되고 있다. 증권사로서 수익 창출능력은 대형 증권사보다 떨어지지만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부국증권과 유화증권 모두 오너가 있고, 서울 여의도에 본사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각각 청산가치가 시가총액보다 크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부국증권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자기자본이 4720억원에 이르지만 시가총액은 2862억원에 불과하다. 부국증권은 이익잉여금으로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유화증권도 마찬가지다. 자기자본은 4526억원에 이르는 데 반해 시가총액은 1934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들은 경영권 방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부국증권 자사주는 33.97%에 이른다. 김중건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27.35%)보다도 많다. 7월에는 460억원어치에 이르는 자사주 200만 주를 공개매수하려 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유화증권도 자사주 17.54%를 보유하고 있다. 매년 은행과 신탁 계약을 통해 수십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고 있다. 윤경립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은 51.37%에 달한다. 한 증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청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서 과거에 인수합병(M&A) 타깃이 되기도 했다”며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도 거론돼 왔다”고 귀띔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익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안정적이고, 오너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되다 보니 배당 성향도 높다”며 “잉여금으로 증권업 경쟁력을 높이기보단 회사 가치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조진형/강영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