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의 야심…뷰티사업 '큰 그림'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SI)은 프랑스 향수 ‘딥티크’(사진)의 국내 판매권을 인수했다고 4일 밝혔다. 신세계가 향수 브랜드 판권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 딥티크는 이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신세계가 향수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그룹 총괄사장의 ‘뷰티사업 확장’ 지시에 따른 것이다. 정 사장은 2012년 비디비치코스메틱을 인수한 뒤 뷰티 편집숍 두 개를 여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유경 총괄사장
정유경 총괄사장
SI가 판권을 사들인 딥티크는 ‘니치향수 선두주자’로 불리는 브랜드다. 2008년 유통회사 BMK가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니치향수란 독특한 향을 전면에 내세워 좀 더 비싼 가격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향수를 말한다. 딥티크는 초창기엔 마니아층만 알던 브랜드다. 하지만 2012년 이후 매년 100%씩 성장해왔다. 국내 시장에서 이 브랜드의 맞수는 에스티로더그룹의 ‘조말론 런던’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니치향수를 대중화시킨 딥티크를 인수함으로써 향수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 측은 ‘소비자 중심’이라는 뷰티시장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향수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이라며 “뷰티시장도 소비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정 사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경의 야심…뷰티사업 '큰 그림' 보인다
작년 말 시작한 뷰티 편집숍 시코르가 대표적 사례다. 다른 백화점엔 화장품 매장이 브랜드별로 따로 있다. 시코르는 이들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놓았다. 이곳에서 여러 브랜드를 비교 테스트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제대로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SI가 운영하는 편집숍 라페르바에는 국내에 들어와 있지 않은 해외 브랜드가 많이 들어가 있다.

세계 1위 색조화장품 제조업체인 이탈리아의 인터코스와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한 것도 마찬가지다. 수요는 있지만 국내 다른 브랜드가 제조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직접 화장품 제조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제조 노하우를 익혀야 앞으로 제대로 된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정 사장의 판단이 깔려 있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경기 오산에 세운 공장에서 올해 2월부터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색조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디비치 화장품도 일부 제조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의 매출을 2020년 10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사장의 화장품시장 전략은 장기적 접근과 소비자 중심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판권을 인수해 당장의 필요를 만족시키고, 비교 평가할 수 있는 편집숍을 확대함으로써 기존 시장의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해나가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제조 노하우를 확보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빅 픽처’를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