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해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해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핵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주변 3강 정상 및 메르켈 총리와 연쇄 전화통화에 나선 것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45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40분간 전화통화를 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으로 한·미 미사일지침의 한국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미사일의 탄두 중량 제한(500㎏)이 완전히 해제됨에 따라 우리 군은 지하 깊숙이 포진한 북한의 군사시설을 비롯해 유사시 북한군 지휘부 벙커까지 초토화할 수 있는 초강력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임시 배치를 국내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또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과거보다 몇 배 더 강력한 위력을 보이고 북한 스스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이제는 차원이 다른, 그리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강력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향후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철통같은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20분간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응 조치와 관련,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 금지 등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할 방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날 미·일·러 주변 3강 및 독일 정상 등과 전화 정상외교에 나선 것은 ‘달빛 정책’으로 불리는 대북 유화정책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린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내가 한국에 말했듯, 그들(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한국은 ‘양보’와 ‘인내’만 하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한·미 정상의 대북정책에 대한 엇박자 우려에 대해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글을 올린 직후 곧바로 “한·미 양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응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대한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일치되고 확고한 입장을 견지 중”이라면서 “또다시 이 땅에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입장문을 냈다. 또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접촉 사실을 공개했다. 청와대가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NSC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에 대한 경위를 파악한 결과, “한·미 간에 이견이 전혀 없다”는 답신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는 미·일 정상 간 전화보다 하루 늦게 이뤄졌지만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고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푼 것은 적잖은 외교적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압박과 대화’란 투트랙 전략에서 두 정상의 견해차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북핵 대응에서 ‘잠재적 리스크’가 완전히 걷히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