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일본 현지법인 카카오재팬이 운영하는 웹툰 서비스 '픽코마'. / 사진=픽코마 캡쳐
카카오의 일본 현지법인 카카오재팬이 운영하는 웹툰 서비스 '픽코마'. / 사진=픽코마 캡쳐
카카오가 오랜 숙원이었던 해외사업의 열매를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맺고 있다. 웹툰과 게임 사업이 속속 활기를 띠고 있고 동영상 사업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특히 일본 웹툰 서비스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재팬은 최근 상장설이 제기될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픽코마의 성장은 콘텐츠로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 유효함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과거 모바일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뚫지 못했던 해외 시장을 콘텐츠로 공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외 강타한 카카오發 웹툰·게임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는 해외 콘텐츠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일본 웹툰 시장이다. 지난 4월 출시된 웹툰 서비스 픽코마는 최근 이용자 수가 급증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월 이용자 수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픽코마의 이같은 성장세는 2011년 카카오재팬이 설립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성과로 볼 수 있다. 카카오재팬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일본 진출을 위해 세워졌지만 그동안의 성적은 지지부진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픽코마마의 성장에 힘입어 카카오재팬이 2020년 도쿄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재팬의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시키기 위해 여러 가능성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가 북미·유럽 시장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온라인 PC 게임 '검은사막'. / 사진=카카오게임즈 제공
카카오게임즈가 북미·유럽 시장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온라인 PC 게임 '검은사막'. / 사진=카카오게임즈 제공
자회사 카카오게임즈가 이끄는 게임 사업도 해외에서 순항 중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3월 북미·유럽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PC 게임 '검은사막'은 유료 가입자 200만명을 끌어모으며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업계는 카카오게임즈가 검은사막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웹툰과 게임 사업의 공통적인 성공 배경으로는 철저한 현지화 작업이 꼽힌다. 국가별 현지 법인을 일찍 설립해 시장과 문화를 분석하고,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다진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웹툰 서비스 '카카오페이지'를 일본에서 현지화한 픽코마는 보수적인 일본 출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 사진=카카오 제공
임지훈 카카오 대표. / 사진=카카오 제공
◆카카오 글로벌 날개 달까

카카오는 자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앞세워 동영상 콘텐츠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로엔이 운영하는 한류 동영상 채널 '원더케이'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서 전세계 95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로엔과 CJ E&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공동 투자해 만든 드라마 제작사 '메가몬스터'는 중국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기획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카카오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현지법인을 세우고 해외 업체와의 인수·합병(M&A), 제휴를 통해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성과는 부진했던 것.

카카오톡은 일본과 동남아에서 라인에게 '국민 메신저' 자리를 내줬고, 중국에서는 위챗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카카오가 2015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SNS 업체 패스모바일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최근 해외에서 빛을 보고 있는 사업들은 콘텐츠라는 공통점이 있다. 플랫폼 대신 콘텐츠로 방향을 튼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카카오 안팎에서는 오랜 숙원인 해외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나라별로 메신저나 SNS, 포털 등 플랫폼 시장은 선두 위주로 고착화된 상태라 여기에 새롭게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콘텐츠는 한국 특유의 노하우와 인프라가 있는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