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생리대 유출물질의 위해성 판단 어려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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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은 모두 잠재적 유해물질…시간 갖고 연구해야"
국내 유명 생리대 제조업체의 주요 제품들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들은 불안해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생리대에서 검출된 유해물질의 양과 위해성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검증된 바가 없으므로, 생리대 안전 문제에 경각심을 일깨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해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시간을 두고 밝혀내는 것이 남은 과제라는 것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 화학과 교수는 5일 "화학물질은 모두 잠재적으로 유해물질"이라며 "생리대에서 검출된 화학물질이 얼마나 유해한지 판단하는 것은 빨리 답을 내놓으라고 재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업용 에탄올이 발효해서 먹는 술보다 훨씬 깨끗하고, 가습기 살균제는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 치명적인 독이 되지만 다른 곳에서는 유용하게 쓰이는 물질"이라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로 강원대 김만구 교수가 수행한 검출 시험에서 일부 '발암물질'이 나와 논란을 더 키웠지만, 사람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매일 먹는 붉은 고기를 비롯한 가공육, 튀긴 음식, 햇볕도 발암물질에 속해있는 현실에서 발암물질 자체를 곧 유해물질로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환경이 화학물질로 둘러싸여 있고 그것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매 조건과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며 한두 가지 원인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명확한 답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과학적으로 무리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다른 대학의 화학과 교수도 "검출된 화학물질이 나쁘다, 안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나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는) 확률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출된 물질의 양이 아무리 적다 해도 조건에 따라 그 영향이 클 수도 있다"며 "(생리대 검출 물질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지금으로써는 단정하기 어렵다.
오랜 기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독성학회 사무총장을 맡은 최경철 충북대 수의대 교수는 전날 환경호르몬 대체물질 개발사업단ㆍ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ㆍ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대부분의 생식 독성 연구는 실험동물에게 해당 물질을 소량 먹인 뒤 생식기에 어떤 독성을 나타내는지 관찰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김만구 교수의 시험에서 일부 생식독성 위험이 큰 물질이 검출됐지만, 가스 형태로 확인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피부에 접촉해 생기는 독성과 입으로 섭취해 나타나는 독성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생리대에 든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여성의 생식 건강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알려면 쥐 같은 설치류가 아니라 원숭이를 이용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양대 생명과학과 계명찬 교수도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독성물질과 생리불순 등 여성의 이상 증상 사이의 상관성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임을 지적했다.
상관성을 증명하려면 문제가 된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의 호르몬 수준이 독성물질에 노출되지 않은 여성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비교하는 임상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식약처의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전문가 역시 "생리대에 포함된 유해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면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방법론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mihee@yna.co.kr
국내 유명 생리대 제조업체의 주요 제품들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들은 불안해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생리대에서 검출된 유해물질의 양과 위해성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검증된 바가 없으므로, 생리대 안전 문제에 경각심을 일깨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해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시간을 두고 밝혀내는 것이 남은 과제라는 것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 화학과 교수는 5일 "화학물질은 모두 잠재적으로 유해물질"이라며 "생리대에서 검출된 화학물질이 얼마나 유해한지 판단하는 것은 빨리 답을 내놓으라고 재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업용 에탄올이 발효해서 먹는 술보다 훨씬 깨끗하고, 가습기 살균제는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 치명적인 독이 되지만 다른 곳에서는 유용하게 쓰이는 물질"이라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로 강원대 김만구 교수가 수행한 검출 시험에서 일부 '발암물질'이 나와 논란을 더 키웠지만, 사람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매일 먹는 붉은 고기를 비롯한 가공육, 튀긴 음식, 햇볕도 발암물질에 속해있는 현실에서 발암물질 자체를 곧 유해물질로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환경이 화학물질로 둘러싸여 있고 그것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매 조건과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며 한두 가지 원인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명확한 답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과학적으로 무리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다른 대학의 화학과 교수도 "검출된 화학물질이 나쁘다, 안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나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는) 확률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출된 물질의 양이 아무리 적다 해도 조건에 따라 그 영향이 클 수도 있다"며 "(생리대 검출 물질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지금으로써는 단정하기 어렵다.
오랜 기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독성학회 사무총장을 맡은 최경철 충북대 수의대 교수는 전날 환경호르몬 대체물질 개발사업단ㆍ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ㆍ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대부분의 생식 독성 연구는 실험동물에게 해당 물질을 소량 먹인 뒤 생식기에 어떤 독성을 나타내는지 관찰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김만구 교수의 시험에서 일부 생식독성 위험이 큰 물질이 검출됐지만, 가스 형태로 확인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피부에 접촉해 생기는 독성과 입으로 섭취해 나타나는 독성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생리대에 든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여성의 생식 건강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알려면 쥐 같은 설치류가 아니라 원숭이를 이용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양대 생명과학과 계명찬 교수도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독성물질과 생리불순 등 여성의 이상 증상 사이의 상관성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임을 지적했다.
상관성을 증명하려면 문제가 된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의 호르몬 수준이 독성물질에 노출되지 않은 여성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비교하는 임상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식약처의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전문가 역시 "생리대에 포함된 유해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면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방법론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mi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