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과 화장품 제조전문회사 코스맥스가 ‘쿠션’을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양측은 소송전을 벌이고 있으며, 오랜 기간 지속해온 주문제작 방식의 거래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면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쿠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 회장은 “아이오페 에어쿠션은 여성들의 화장법을 바꾼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평했다. 이런 제품에 대해 코스맥스가 “아모레의 쿠션 특허는 무효”라고 소송을 걸자 서 회장이 강력 대응을 지시하며 전선이 확대됐다.
아모레퍼시픽 vs 코스맥스, 쿠션 놓고 정면충돌
◆‘대박 쿠션’ 놓고 소송전

소송은 2015년 10월 시작됐다. 코스맥스는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특허가 무효라며 특허심판원에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지난해 10월 기각됐다. 코스맥스가 항소해 특허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소송은 아모레퍼시픽이 제기했다. 코스맥스가 바닐라코, 한스킨에 만들어 준 쿠션 상품에 대해 판매금지 소송을 낸 건이다. 이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지난 5월 아모레가 승소했다. 코스맥스는 이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아모레 특허가 출원되기 전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스펀지를 개발해 사용하는 등 일반적 기술”이라며 “아모레퍼시픽의 스펀지 소재(에테르)로 쿠션을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중견기업에 대한 특허권 남용을 막기 위해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허무효소송은 특허심판원(1심)→특허법원(2심)→대법원 순으로 진행된다. 특허침해소송은 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까지 간다. 이 소송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최종 승소하면 코스맥스가 그동안 판매한 쿠션 매출에 대해 막대한 사용료(로열티)를 아모레에 물어줘야 한다. 해당 제품이 남아 있다면 모두 폐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코스맥스와 아모레 모두 소송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코스맥스는 랑콤, 입생로랑, 로레알 등 글로벌 브랜드의 쿠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에는 아모레가 갖고 있는 특허와는 다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쿠션시장은 연간 3189억원(2016년 칸타월드패널코리아) 규모로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특허기술을 크리스찬디올에 이전 수출하는 계약을 맺는 등 ‘원하는 기업엔 사용료를 받고 특허 기술을 이전’해주는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 시장 때문에 갈등 커져

아모레퍼시픽은 소송과 동시에 코스맥스에 주던 제품 제조 주문을 사실상 끊어버렸다. 그동안 코스맥스는 아모레의 기초·색조화장품을 생산했다. 아모레는 대신 이 물량을 생산능력을 대폭 늘린 계열사 코스비전에 넘겼다. 일부는 다른 전문 제조회사에 맡겼다. 서 회장이 코스맥스 소송을 보고받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서 회장의 쿠션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데다 쿠션은 아모레퍼시픽의 자존심이자 핵심 기술인데 이를 코스맥스가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의 소송전이 더 치열해진 것은 중국 사업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을 확대하는 데 코스맥스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코스맥스가 중국의 중저가 브랜드 제품을 대량 제조하기 시작하면서 아모레의 중국 시장 내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로서 제대로 중국 시장에 안착하려고 하는 아모레퍼시픽이 싼값에 중국 화장품을 만들어주는 코스맥스가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