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에 동아리 이름도 안돼요?"… 블라인드 채용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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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취업박람회 시즌…내 일자리는 어디에
아모레퍼시픽·호텔신라…사드 직격탄 기업은 불참
넷마블 등 게임회사는 인기
구인난 겪고 있는 일본 기업에 취업준비생 몰리기도
아모레퍼시픽·호텔신라…사드 직격탄 기업은 불참
넷마블 등 게임회사는 인기
구인난 겪고 있는 일본 기업에 취업준비생 몰리기도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취업난이 심각하긴 한가 봐요.”
채용박람회를 찾은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고모씨(25)는 “올해는 블라인드 채용 확산 등으로 체감하는 변화가 많다”며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물어보려고 박람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5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서 채용박람회가 일제히 열렸다.
채용박람회에 몰린 취준생들
기업들이 마련한 부스마다 빈 의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취업준비생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일부 구직자들은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매년 참가하던 기업 중 여러 곳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부스를 설치하지 않아서다. 화장품 유통회사 등의 참여가 부진했다. 지난해에 참가한 아모레퍼시픽과 호텔신라 등은 부스를 차리지 않았다. 연세대 채용박람회를 찾은 졸업생 이지윤 씨(27)는 “화장품이나 패션업계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며 “선배들은 지난해 박람회에서 정보를 많이 얻었다고 했는데 부스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지난해 서울대와 고려대에 부스를 설치한 CJ CGV도 올해는 불참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큰 수익을 냈던 기업들이 사드 보복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채용에도 소극적”이라며 “사드 보복 여파가 하반기 채용시장 전반에 만만찮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게임 관련 업체는 활기를 띠었다. 고려대 채용박람회에서 가장 줄이 긴 부스는 게임회사 넷마블이었다. 고려대 공대생 김현기 씨(25)는 “전공도 살릴 수 있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라고 생각한다”며 입사를 희망했다. 그는 “대기업보다는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양대 채용박람회에서도 온라인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 부스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 관련 부스도 인기를 모았다.
블라인드 확산…사진 부스 썰렁
공기업 부스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을 둘러싼 혼란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서울대 채용박람회에는 서울기술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관광공사 등의 공기업이 참가했고, 학생들의 질문은 블라인드 채용에 집중됐다. ‘자기소개서에 특정 학교나 전공이 드러나는 기술을 어디까지 금지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답변은 부실했다. 한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회사 차원에서도 아직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너무 드러나지만 않게 적당히 하면 될 것 같다”는 모호한 말만 되풀이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조모씨(28)는 “상반기에 이어 두 번째 취업 준비인데 자기소개서를 쓰는 게 정말 힘들다”며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출신이나 전공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채용박람회에 와서도 속시원한 답을 듣지 못해 답답하다”고 했다.
고려대 졸업 후 공기업을 준비 중이라는 김모씨(25)는 “고용노동부에서 직접 부스를 설치한다기에 일부러 찾아왔는데 관련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블라인드 채용 확산으로 이력서 준비 풍경도 달라졌다. 대학 채용박람회를 돌며 5년째 사진 부스를 운영 중이라는 한 촬영기사는 “보통 하루에 70~80명씩 사진을 찍는데 오늘 촬영을 부탁한 학생은 10명이 채 안 된다”고 전했다.
구은서/황정환/성수영 기자 koo@hankyung.com
채용박람회를 찾은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고모씨(25)는 “올해는 블라인드 채용 확산 등으로 체감하는 변화가 많다”며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물어보려고 박람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5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서 채용박람회가 일제히 열렸다.
채용박람회에 몰린 취준생들
기업들이 마련한 부스마다 빈 의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취업준비생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일부 구직자들은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매년 참가하던 기업 중 여러 곳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부스를 설치하지 않아서다. 화장품 유통회사 등의 참여가 부진했다. 지난해에 참가한 아모레퍼시픽과 호텔신라 등은 부스를 차리지 않았다. 연세대 채용박람회를 찾은 졸업생 이지윤 씨(27)는 “화장품이나 패션업계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며 “선배들은 지난해 박람회에서 정보를 많이 얻었다고 했는데 부스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지난해 서울대와 고려대에 부스를 설치한 CJ CGV도 올해는 불참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큰 수익을 냈던 기업들이 사드 보복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채용에도 소극적”이라며 “사드 보복 여파가 하반기 채용시장 전반에 만만찮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게임 관련 업체는 활기를 띠었다. 고려대 채용박람회에서 가장 줄이 긴 부스는 게임회사 넷마블이었다. 고려대 공대생 김현기 씨(25)는 “전공도 살릴 수 있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라고 생각한다”며 입사를 희망했다. 그는 “대기업보다는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양대 채용박람회에서도 온라인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 부스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 관련 부스도 인기를 모았다.
블라인드 확산…사진 부스 썰렁
공기업 부스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을 둘러싼 혼란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서울대 채용박람회에는 서울기술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관광공사 등의 공기업이 참가했고, 학생들의 질문은 블라인드 채용에 집중됐다. ‘자기소개서에 특정 학교나 전공이 드러나는 기술을 어디까지 금지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답변은 부실했다. 한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회사 차원에서도 아직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너무 드러나지만 않게 적당히 하면 될 것 같다”는 모호한 말만 되풀이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조모씨(28)는 “상반기에 이어 두 번째 취업 준비인데 자기소개서를 쓰는 게 정말 힘들다”며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출신이나 전공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채용박람회에 와서도 속시원한 답을 듣지 못해 답답하다”고 했다.
고려대 졸업 후 공기업을 준비 중이라는 김모씨(25)는 “고용노동부에서 직접 부스를 설치한다기에 일부러 찾아왔는데 관련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블라인드 채용 확산으로 이력서 준비 풍경도 달라졌다. 대학 채용박람회를 돌며 5년째 사진 부스를 운영 중이라는 한 촬영기사는 “보통 하루에 70~80명씩 사진을 찍는데 오늘 촬영을 부탁한 학생은 10명이 채 안 된다”고 전했다.
구은서/황정환/성수영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