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지금까지 추진해온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이 타결되려면 더블스타가 요구한 800억원 추가 인하 조건을 철회해야 한다. 하지만 금호타이어가 올 상반기 500억원 이상 영업손실을 내자 더블스타 측은 가격 인하를 완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타협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박삼구 회장에 왜 자구안 요구?

매각 8개월 끌다 "협상 결렬"… 박삼구 회장 '인수 기회' 잡나
채권단은 협상이 최종적으로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현 금호타이어 경영진에도 자구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새로운 인수 후보가 나타날 때까지 책임경영을 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시에 금호 측이 더블스타로의 매각 결렬을 박 회장의 우선협상권 부활과 동일시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가 경영 위기에서 벗어날 실효성 있는 자구안을 오는 12일까지 제출하지 않거나 주주협의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을 제시하면 즉각적으로 해임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채권단 측은 “매각이 무산되면 회사 경영위기가 현실화할 우려가 높다”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자구안을 내지 않으면 박 회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의 경영권이 박탈될 경우 우선매수권은 자동으로 소멸된다.

◆박 회장 인수 가능성은?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되찾을 가능성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은 상표권 사용료 등을 요구하며 더블스타와 산업은행의 매각 절차에 계속 이의를 제기해왔다. 금호 측은 “채권단으로부터 자구안 제출을 공식적으로 요청받으면 검토하겠다”며 “매각 상황을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매각 절차가 새롭게 시작되기 때문에 박 회장에게 유리한 조건이 제시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악화와 기업가치 하락, 중국 사업 부진 등으로 추락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 관계자는 “당초 매각 목적은 금호타이어를 정상화하는 것이었다”며 “박 회장도 이 점을 감안해야 채권단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자구계획이 실효성이 없으면 채권단이 이달 말 만기 도래하는 여신(1조3000억원)에 대한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엔 회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채권단은 신규 자금 지원이 어렵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매각 절차를 주도해온 산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상표권, 방산 문제 등 금호 측에서 제기한 문제들마다 제대로 논리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매각 협상을 8개월이나 질질 끄는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경영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것도 아픈 대목이다.

박재원/정지은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