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8·2, 9·5 등 정부가 한 달 남짓한 간격으로 부동산대책을 서둘러 내놓는 과정에서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요억제책으로 내놓은 대출규제를 소급 적용키로 해 법적 분쟁 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가격개입 논란도 일고 있다. 각론 하나하나는 장·단점이 명확히 갈리지만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를 감안하면 부작용만 강조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시리즈 대책’에서 짚고 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있다.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면서 법적 절차를 소홀히 여기지는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집값이 물가상승률보다 많이 오른 지역이 대상인 투기과열지구는 부동산대책의 기본으로, 대부분 규제정책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만큼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에도 큰 관심사다. 주택법이 투기과열지구 지정 및 해제권을 국토교통부와 시·도지사에게 나란히 부여하면서 서로 협의하도록 규정한 것은 그런 까닭에서다.

그런 점에서 국토부가 엊그제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추가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와 사전에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대구시 측은 지역경제 침체 가능성, 부산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감안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이런 의견을 전했을 때는 지정이 결정났고, 언론보도용 자료까지 배포됐다고 한다. 지자체 협의가 ‘요식행위’처럼 돼버린 셈이다.

경기 과천과 세종특별자치시를 포함시킨 8·2대책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국토부는 해당 지자체들에 협의공문을 보낸 당일 답변을 달라고 했고, “답변이 없으니 동의로 간주하겠다”며 발표해 버렸다. 지구 지정을 위한 주택법상의 주택정책심의위원회 의결도 서면 결의로 처리해 뒷말을 낳았다.

주택시장이 장기적으로도 안정 기조를 유지하려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정책공조는 필수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하겠다”며 지방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도 우선 과제였다. 재정자립도 개선, 행정권 이양, 인력 양성 등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수많은 과제가 있지만 중앙과 지방의 협력 강화가 전제조건이다. 대구처럼 중앙과 지방 권력의 정파가 다를수록 원만한 정책협의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주택정책만의 과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