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신임 이사장 선출에 '잡음'…관피아 논란에 내부 갈등 커져
신임 이사장 선발을 놓고 한국거래소의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사장 공모 마감 후 뚜껑을 열어보니 여전히 관피아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노동조합은 이사장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의 이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신임 이사장 공개모집을 지난 4일 마감하고 최종 후보자를 가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김재준 현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 등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인사들은 당초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이 지원했으나 거래소 외부 인사들은 하마평과 차이가 있었다.

일찍이 후보로 꼽혀왔던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 김성진 전 조달청장 등은 이사장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다.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지원서를 제출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김광수 전 원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등을 지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행시 두 기수 후배이자 이낙연 국무총리의 고교(광주일고)·대학(서울대 경제학과) 직속 후배다.

당초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김 전 원장이 거래소 이사장에 지원하면서 사실상 내정된 것은 아니냐는 관측이 짙다.

후보자 공개 후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거래소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관료 출신 인사와 일부 내부 인물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거래소 노조는 "현재 거론되는 지원자는 내부와 외부를 막론하고 모두 자격이 없다"며 "유력하다는 후보는 구태의연한 관피아 낙하산이고, 무능하거나 부도덕한 내부임원 출신 지원자들까지 부화뇌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격 미달 후보들이 즉각 사퇴하지 않는다면 시민사회의 서슬 퍼런 검증의 단두대에 서게 될 것"이라며 "금융혁신과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공정한 원칙과 투명한 절차 아래 이사장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래소는 대대로 관피아(관료+마피아)로 홍역을 치뤄왔다. 과거 이영탁 전 거래소 1대 이사장부터 이정환·김봉수·최경수 이사장에 이르기까지 낙하산 인사로 잡음을 빚었다. 퇴임을 앞둔 정찬우 이사장을 끝으로 관피아가 척결되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거래소 추천위는 후보들에 대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이르면 다음 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오는 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