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시대가 온다 上] "카스 밖에 없어요"…한국은 '맥주 낙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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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 금능농공단지 양조장 가보니
양조장 투어 하루 방문객 150명 찾아 맥주 체험
'제주 위트 에일' 내년 상반기 도외 출시 검토
오로지 맥주를 마시러 제주도에 가는 날이 올까.
지난 1일 제주 금능농공단지 내 제주맥주 양조장. 이 건물 3층 펍에선 40~50명의 관광객이 양조장에서 갓 만들어 낸 맥주 '제주 위트 에일'을 마시고 있었다. 20대 초반 젊은 커플부터 머리가 희끗한 70대 노인 부부까지 관광객들의 연령층은 다양했다.
제주맥주 직원들은 무거운 케그에서 맥주를 따라내느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좋은 술은 여행을 하지 않는다'는 주류업계 격언처럼 캔이나 병에 담겨 유통되는 맥주보다는 막 만들어낸 맥주가 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업체로는 국내에서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지난달 1일 첫 맥주를 내놓은 제주맥주 양조장 분위기는 시종일관 밝았다. 제주 위트 에일을 내놓은지 불과 한 달 밖에 안됐지만 제주도 내 반응이 좋아서다.
문 대표는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아직 도내에서만 유통을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 대로면 내년 상반기 안에 도외 지역에서도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며 "세계적인 맥주 전문가들과 직원들이 몇 달 동안 꼬박 밤을 새우며 제주의 정체성이 담긴 맥주를 만들자고 다짐했는데 결과물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제주 발(發) 국내 수제맥주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제맥주 업체로는 최대 규모인 연간 최대 맥즙 생산량 2000만L의 제주맥주 양조장이 지난 6월 제주 금능농공단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금능농공단지는 제주 국제공항에서 나와 차량으로 40분가량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나타나는 곳이다. 제주시가 농업, 공업, 바이오, 식품, 유통 등의 기업을 유치하고 세제혜택 등을 제공해 장기적으로 산업 특화단지로 육성하고자 하는 곳이다.
문 대표는 "공항에서 멀지 않아 관광객들이 방문하기에 용이하고 물, 감귤 등 제주도 천혜 자원을 가까운 거리에서 쉽게 조달할 수 있어 수제맥주를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평가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아직 300억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소비자들이 더 다양한 맥주 맛을 원하고 이에 맞춰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빠르게 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은 크다.
문 대표는 "미국도 지금은 수제맥주 양조장이 4000개가 넘지만 그 역사는 불과 30여년에 불과하다"며 "국내 시장도 미국 수제맥주가 고성장세에 들어서던 초기 분위기와 비슷해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만 마실 수 있는 제주 위트 에일 아직 300억원 시장에 불과한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서 '제주맥주'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최대 규모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제주가 갖고 있는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이다.
수제맥주의 성패는 양산형 맥주(카스, 하이트 처럼 대기업들이 만드는 낮은 도수의 라거맥주)와 달리 개성 있는 맛과 브랜드의 힘에 달려 있는 데, 제주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이 두 가지 요소를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일 제주맥주가 이 양조장에서 빚어 처음 내놓은 제품 '제주 위트 에일'은 알코올 도수 5.3도의 밀맥주로 제주도 향토 음식인 흑돼지구이, 고등어회 등 묵직한 질감의 음식들과 궁합이 잘 맞도록 만들어졌다.
현재 제주도 내 한식집, 레스토랑, 호텔, 편의점 등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이 밀맥주에 대한 현지인들의 평가는 어떨까.
지난 1일 제주도에서 만난 한 흑돼지구이집 대표는 "제주도의 특산물을 재료로 삼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제맥주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든 맥주라 기대가 크다"며 "따로 알리지 않았는데도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경우가 있어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제주맥주는 미국 뉴욕 수제맥주 판매 1위 양조장인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투자한 회사다. 제주 위트 에일 역시 브루클린 브루어리 양조 기술을 담았다.
맥주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맥아와 물은 각각 독일산 보리 맥아와 제주 상수원을 쓴다. 제주도는 강이나 호수 등이 없어 비를 가두거나 지하수 또는 용천수 등을 개발해 상수원으로 공급하는 데 육지에 비해 물의 질이 좋다는 설명이다.
문 대표는 "'제주에서 만든 신선한 맥주'가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라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사용해 소비자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제주의 느낌을 담은 신선한 맥주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조장 보기 위해 관광객 일평균 150명 방문 제주맥주 양조장은 문을 연지 불과 한 달 밖에 안됐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맥주가 일반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에 진행하는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 때문이다.
매주 금, 토, 일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이곳에 오면 수제맥주를 만드는 공정 과정을 둘러볼 수 있고 양조장에서 막 만든 수제맥주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본격적으로 홍보를 하기도 전에 입소문을 타는 데 성공했다.
매일 약 150명씩 일주일에 500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는 게 제주맥주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요일인 이날도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수십 명의 방문객들이 문 앞에 줄을 서 있었다.
30명의 인원이 한 팀이 돼 가이드 역할을 하는 도슨트를 따라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양조장 3층에 마련된 펍에서 갓 만들어진 신선한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양조장 한편에는 제주와 맥주를 테마로 한 옷, 노트, 연필 등 다양한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또 관광객들은 현장에서 맥주 맛을 보고 바로 구매도 가능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온 양은지 씨(31)는 "평소에 맥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가족과 함께 올 수 있는 제주 관광 프로그램을 찾던 중 양조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오게 됐다"며 "부모님과 함께 둘러앉아 맥주도 마실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맥주 선진국들에선 이미 전통 있는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기네스 양조장이나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 미국 서부 최고 수제맥주로 꼽히는 밸러스트 포인트 양조장(샌디에이고) 등이 있다.
제주맥주 양조장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브루어리도 그중 하나다.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이미 브루클린 지역을 관광하는 여행객들 사이에선 꼭 한번 들러야 할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30여 가지 맥주가 나오는 제조 공정을 볼 수 있는 데다 지역민들의 모임 장소로도 활용됐던 전통 때문에 지역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다.
문 대표는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애주가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오랜 세월 쌓아 올린 브랜드의 힘 때문"이라며 "제주맥주도 이와 비슷해 언젠간 사람들이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제주도로 오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뭉칫돈 몰리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
이미 국내 맥주 소비자들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수입맥주의 매출이 지난 6월 사상 처음으로 생수의 매출을 넘어서는 등(대형마트 기준) 소비자들의 입맛이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수입맥주의 판매 여부를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맥주에 대한 취향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수입맥주의 매출 성장률이 매년 두 자릿수씩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대림동에 사는 김예진 씨(36·회사원)도 "음식점에 가서 다양한 맥주를 마시고 싶어도 사장님이 '카스'(국내 시장 점유율 약 60%를 기록하고 있는 오비맥주 대표 브랜드) 밖에 없다고 한다"며 "이태원이나 방배동 서래마을의 유명 수제맥주 매장들이 잘 나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수제맥주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조짐이 나타나자 투자 열풍도 거세다.
지난달 8일 제주맥주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목표액인 7억원을 불과 11시간 만에 모았다. 문 대표는 "목표 금액이었던 7억원은 주식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발행 가능한 최대 한도"라며 "일반 소비자들이 주주로 참여해 수제맥주 시장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는데 예상외로 큰 관심을 보여 놀랐다"고 말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도 지난해 제주맥주에 10억원대 투자를 했다.
수제맥주 스타트업 기업인 '더부스'는 지난 1월 벤처투자사로부터 20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이 회사는 2015년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 2016년에는 또 다른 벤처투자사로부터 30억원을 투자 받았다.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산은캐피탈은 인디아페일에일(IPA)로 유명한 '플래티넘'에 40억원대 투자금을 넣었다. 이들은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향후 10년 간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밀러, 버드와이저, 쿠어스 등 대기업 양산형 맥주가 득세하던 미국도 1980년대부터 수제맥주가 나오기 시작해 30여년 만에 점유율을 약 20%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의 비중은 0.1% 이하로 추정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맥주시장 분위기가 미국에서 수제맥주 열풍이 불던 때와 비슷해 향후 고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제주=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양조장 투어 하루 방문객 150명 찾아 맥주 체험
'제주 위트 에일' 내년 상반기 도외 출시 검토
오로지 맥주를 마시러 제주도에 가는 날이 올까.
지난 1일 제주 금능농공단지 내 제주맥주 양조장. 이 건물 3층 펍에선 40~50명의 관광객이 양조장에서 갓 만들어 낸 맥주 '제주 위트 에일'을 마시고 있었다. 20대 초반 젊은 커플부터 머리가 희끗한 70대 노인 부부까지 관광객들의 연령층은 다양했다.
제주맥주 직원들은 무거운 케그에서 맥주를 따라내느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좋은 술은 여행을 하지 않는다'는 주류업계 격언처럼 캔이나 병에 담겨 유통되는 맥주보다는 막 만들어낸 맥주가 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업체로는 국내에서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지난달 1일 첫 맥주를 내놓은 제주맥주 양조장 분위기는 시종일관 밝았다. 제주 위트 에일을 내놓은지 불과 한 달 밖에 안됐지만 제주도 내 반응이 좋아서다.
문 대표는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아직 도내에서만 유통을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 대로면 내년 상반기 안에 도외 지역에서도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며 "세계적인 맥주 전문가들과 직원들이 몇 달 동안 꼬박 밤을 새우며 제주의 정체성이 담긴 맥주를 만들자고 다짐했는데 결과물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제주 발(發) 국내 수제맥주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제맥주 업체로는 최대 규모인 연간 최대 맥즙 생산량 2000만L의 제주맥주 양조장이 지난 6월 제주 금능농공단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금능농공단지는 제주 국제공항에서 나와 차량으로 40분가량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나타나는 곳이다. 제주시가 농업, 공업, 바이오, 식품, 유통 등의 기업을 유치하고 세제혜택 등을 제공해 장기적으로 산업 특화단지로 육성하고자 하는 곳이다.
문 대표는 "공항에서 멀지 않아 관광객들이 방문하기에 용이하고 물, 감귤 등 제주도 천혜 자원을 가까운 거리에서 쉽게 조달할 수 있어 수제맥주를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평가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아직 300억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소비자들이 더 다양한 맥주 맛을 원하고 이에 맞춰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빠르게 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은 크다.
문 대표는 "미국도 지금은 수제맥주 양조장이 4000개가 넘지만 그 역사는 불과 30여년에 불과하다"며 "국내 시장도 미국 수제맥주가 고성장세에 들어서던 초기 분위기와 비슷해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만 마실 수 있는 제주 위트 에일 아직 300억원 시장에 불과한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서 '제주맥주'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최대 규모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제주가 갖고 있는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이다.
수제맥주의 성패는 양산형 맥주(카스, 하이트 처럼 대기업들이 만드는 낮은 도수의 라거맥주)와 달리 개성 있는 맛과 브랜드의 힘에 달려 있는 데, 제주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이 두 가지 요소를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일 제주맥주가 이 양조장에서 빚어 처음 내놓은 제품 '제주 위트 에일'은 알코올 도수 5.3도의 밀맥주로 제주도 향토 음식인 흑돼지구이, 고등어회 등 묵직한 질감의 음식들과 궁합이 잘 맞도록 만들어졌다.
현재 제주도 내 한식집, 레스토랑, 호텔, 편의점 등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이 밀맥주에 대한 현지인들의 평가는 어떨까.
지난 1일 제주도에서 만난 한 흑돼지구이집 대표는 "제주도의 특산물을 재료로 삼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제맥주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든 맥주라 기대가 크다"며 "따로 알리지 않았는데도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경우가 있어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제주맥주는 미국 뉴욕 수제맥주 판매 1위 양조장인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투자한 회사다. 제주 위트 에일 역시 브루클린 브루어리 양조 기술을 담았다.
맥주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맥아와 물은 각각 독일산 보리 맥아와 제주 상수원을 쓴다. 제주도는 강이나 호수 등이 없어 비를 가두거나 지하수 또는 용천수 등을 개발해 상수원으로 공급하는 데 육지에 비해 물의 질이 좋다는 설명이다.
문 대표는 "'제주에서 만든 신선한 맥주'가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라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사용해 소비자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제주의 느낌을 담은 신선한 맥주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조장 보기 위해 관광객 일평균 150명 방문 제주맥주 양조장은 문을 연지 불과 한 달 밖에 안됐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맥주가 일반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에 진행하는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 때문이다.
매주 금, 토, 일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이곳에 오면 수제맥주를 만드는 공정 과정을 둘러볼 수 있고 양조장에서 막 만든 수제맥주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본격적으로 홍보를 하기도 전에 입소문을 타는 데 성공했다.
매일 약 150명씩 일주일에 500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는 게 제주맥주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요일인 이날도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수십 명의 방문객들이 문 앞에 줄을 서 있었다.
30명의 인원이 한 팀이 돼 가이드 역할을 하는 도슨트를 따라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양조장 3층에 마련된 펍에서 갓 만들어진 신선한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양조장 한편에는 제주와 맥주를 테마로 한 옷, 노트, 연필 등 다양한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또 관광객들은 현장에서 맥주 맛을 보고 바로 구매도 가능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온 양은지 씨(31)는 "평소에 맥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가족과 함께 올 수 있는 제주 관광 프로그램을 찾던 중 양조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오게 됐다"며 "부모님과 함께 둘러앉아 맥주도 마실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맥주 선진국들에선 이미 전통 있는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기네스 양조장이나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 미국 서부 최고 수제맥주로 꼽히는 밸러스트 포인트 양조장(샌디에이고) 등이 있다.
제주맥주 양조장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브루어리도 그중 하나다.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이미 브루클린 지역을 관광하는 여행객들 사이에선 꼭 한번 들러야 할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30여 가지 맥주가 나오는 제조 공정을 볼 수 있는 데다 지역민들의 모임 장소로도 활용됐던 전통 때문에 지역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다.
문 대표는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애주가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오랜 세월 쌓아 올린 브랜드의 힘 때문"이라며 "제주맥주도 이와 비슷해 언젠간 사람들이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제주도로 오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뭉칫돈 몰리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
이미 국내 맥주 소비자들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수입맥주의 매출이 지난 6월 사상 처음으로 생수의 매출을 넘어서는 등(대형마트 기준) 소비자들의 입맛이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수입맥주의 판매 여부를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맥주에 대한 취향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수입맥주의 매출 성장률이 매년 두 자릿수씩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대림동에 사는 김예진 씨(36·회사원)도 "음식점에 가서 다양한 맥주를 마시고 싶어도 사장님이 '카스'(국내 시장 점유율 약 60%를 기록하고 있는 오비맥주 대표 브랜드) 밖에 없다고 한다"며 "이태원이나 방배동 서래마을의 유명 수제맥주 매장들이 잘 나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수제맥주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조짐이 나타나자 투자 열풍도 거세다.
지난달 8일 제주맥주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목표액인 7억원을 불과 11시간 만에 모았다. 문 대표는 "목표 금액이었던 7억원은 주식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발행 가능한 최대 한도"라며 "일반 소비자들이 주주로 참여해 수제맥주 시장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는데 예상외로 큰 관심을 보여 놀랐다"고 말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도 지난해 제주맥주에 10억원대 투자를 했다.
수제맥주 스타트업 기업인 '더부스'는 지난 1월 벤처투자사로부터 20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이 회사는 2015년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 2016년에는 또 다른 벤처투자사로부터 30억원을 투자 받았다.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산은캐피탈은 인디아페일에일(IPA)로 유명한 '플래티넘'에 40억원대 투자금을 넣었다. 이들은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향후 10년 간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밀러, 버드와이저, 쿠어스 등 대기업 양산형 맥주가 득세하던 미국도 1980년대부터 수제맥주가 나오기 시작해 30여년 만에 점유율을 약 20%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의 비중은 0.1% 이하로 추정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맥주시장 분위기가 미국에서 수제맥주 열풍이 불던 때와 비슷해 향후 고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제주=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