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메이너드 BDA파트너스 창업주 겸 회장 "한·일 기업 간 M&A 거래 가교역할 하겠다"
“최근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보듯 일본 기업을 인수할 기회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한·일 기업 간 인수합병(M&A) 거래의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독립계(부티크) 투자은행 BDA파트너스의 창업자 찰스 메이너드 회장(사진)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산업별로 구조조정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시아에서 중견 기업 M&A나 대기업의 비주력 사업 매각 거래 자문을 주로 담당해온 BDA파트너스는 최근 일본 정책투자은행(Development Bank of Japan·DBJ)으로부터 5%의 지분 투자를 받기로 하고 8일 정식 파트너십 계약을 맺는다.

메이너드 회장은 “한국의 산업은행에 해당하는 DBJ는 일본 기업들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일본 내에서 인수할 만한 기업을 찾거나 거꾸로 일본 기업에 사업을 매각하고자 할 때 BDA파트너스가 DBJ와 함께 최적의 거래 상대방을 연결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DBJ는 최근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이나 일본 사업부의 해외 매각 등 크로스보더(국경 간) M&A에 관심이 크다”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M&A의 흐름을 잘 아는 BDA에 투자하기로 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메이너드 회장은 최근 진행되는 도시바 매각을 일본의 변화 조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그는 “일본은 한국과 비교해 M&A에 보수적이고 사모펀드(PEF) 활동도 적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도시바를 매각하면서 KKR, 베인캐피털 등 미국계 PEF에 관문을 연 것을 보면 인식이 크게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너드 회장은 “일본 기업들은 최근 해외 기업 인수에 매우 적극적”이라며 “한국 기업 중에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관련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에 관심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 밖에 화장품, 식음료, 패션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소비재 산업도 일본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분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메이너드 회장은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역내 M&A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인도네이사 등 동남아시아에는 중공업 기업이 별로 없지만 물류, 화학, 핀테크(금융기술) 등 분야에 강점이 있는 기업은 꽤 있다”며 “한국 기업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보다 동남아 기업들을 인수해 경영하는 데 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너드 회장은 한국 기업에 “세계 시장이 점점 더 긴밀히 연결되고 있는 만큼 세계 1, 2위를 할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한국에서는 여러 사업에서 1, 2위를 할 수 있겠지만 경쟁이 치열한 세계 시장에선 불가능하다”는 것. 그는 “5년, 10년, 20년 등 단·중·장기 사업 계획을 세우고 비주력 사업 및 자산을 과감히 정리하거나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소람/유창재 기자 ram@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