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발표한 규제개혁추진방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미래지향적 규제지도’다. 4차 산업혁명의 국가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수년 후 생길 규제들을 미리 예측해 기업의 사업화를 돕고 표준화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미래지향적 규제지도는 신기술의 발전 양상을 파악해 없애야 할 규제는 미리 없애고 새로 반영할 부분은 넣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해 자율주행차의 규제지도를 만들고 이후 드론, 맞춤형 헬스케어 등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국토교통부는 2020년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가 실제 주행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레벨3는 고속도로 등 일정구역에서는 자율주행을 하지만 돌발상황이 생길 때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해야 하는 수준을 말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자율주행자 시험운행 가능 구간을 모든 도로로 확대하고 3차원 정밀도로지도와 정밀 GPS, 첨단도로시스템(C-ITS) 등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하려면 관련 법규와 제도를 대거 손봐야 한다. 당장 사고가 났을 때 보험처리나 보상비율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로교통법 개정은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지, 신호등 체계는 어떻게 손볼지 등을 일일이 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를 살펴보고 관련 규제를 걷어내겠다는 것이다.

드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20년까지 물품수송, 농업지원 등 8개 분야에서 드론을 응용한 사업을 상용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향후 고쳐야 할 법과 시행령만 수십 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신기술도 시장에 안착하려면 기존 법안과 충돌을 일으키거나 윤리성 문제, 사회적 갈등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기술은 얼마나 빨리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드론 자율주행차 등은 경쟁국에 비해 규제 완화가 늦은 감이 있지만 시장 정착을 위한 제도를 미리 만든다면 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시장 예측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