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8 강진은 지표면에서 11㎞ 아래 축구장 2200개 넓이의 여러 개 단층 파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월초까지 여진만 2229회 일어났다는 집계도 공개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7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경주 지진 1년을 맞아 행정안전부 주최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일본 지질조사국과 공동 조사한 경주지진 단층 특성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선창국 지질연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본진은 땅속 가로 4km, 세로 4km에 이르는 면적에 걸쳐 두 지층이 북북동 방향으로 미끌어지는 단층 파열이 1.5초간 일어난 결과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지질연은 이보다 앞서 지난 1월 경주 지진이 경주 남서쪽 양산단층과 모량단층 사이 지하 11~16km 발견된 무명단층(명명되지 않은 단층)에서 일어났다는 결과를 내놨다. 북북동쪽에서 남남서쪽 방향으로 형성된 이 단층은 동쪽으로 70도쯤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 공동 연구진은 이번 분석에서 규모 5.1인 전진은 남남서쪽 방향으로 단층 파열이 일어나고 이어 발생한 규모 5.8 본진은 북북동쪽 방향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아냈다. 경주 지진을 일으킨 막대한 힘(지체응력)이 평소 한반도 전체에 가해지는 힘의 방향과 비슷하다는 결과도 얻었다. 또 본진과 여진이 일어난 뒤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힘(응력)이 주변 지역으로 재분배되는 ‘응력 재배치’가 일어났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선 본부장은 “경주 지진 직후 1주일간 본진을 유발한 응력이 대부분 해소됐고 여진 횟수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점진적으로 단층이 안정화되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도 “한반도에 이번 경주 지진과 같은 중규모 이상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계속해서 있다”고 했다.

박광순 행정안전부 지진방재정책과장은 이날 “지진 재난 문자 전송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는 11월부터 기상청이 직접 발송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물리적인 힘을 나타내는 규모 대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진도도 표출시스템을 금년 중 시범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